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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영 Aug 17. 2022

육아전쟁, 그리고 나의 전우(戰友)

#3

22/05/22

벌써 나흘째다. 나의 손은 점점 기계처럼 변하고 있다. 육아를 위해 온전히 길들여진 ‘로봇’ 말이다. 하루 15번도 넘는 소변 기저귀갈이는 이제 일도 아니다. 분유를 먹이면서도 어떻게 하면 손목에 더 무리가지 않고, 허리 통증을 느끼지 않을지 고민한다.


아내가 출산 전 틈틈이 준비해뒀던 다양한 육아 용품들은 힘겨운 싸움을 좀 더 수월하게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순간 ‘뭘 그렇게 사는게 많냐’며 농담처럼 면박을 줬던 내 과거를 반성한다.


오늘은 처음으로 부부가 시간대를 정해 새벽 수유를 담당했다. 두 사람다 깨어 있기 보단, 한 명이라도 푹 잘 수 있는게 효율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당번을 섰다. 아내는 밤 11시가 조금 넘어 잠이 들었고, 난 혼자 남았다.


다행히도 아기는 내가 홀로 깨어있는 시간에 크게 보채지 않고 잘 따라주었다. 먹는 분유량이 다소 줄었지만, 잠에 취해 보채지 않고 이내 잠들었다. 나는 ‘우리 아들 효자네’라고 혼잣말했다.


‘새벽 수유’ 교대 시간이 다가왔지만, 나는 아내를 깨우지 않았다. 안방 문을 살짝 열어보니 곤히 자고 있었다. 잠귀가 밝아 내가 조금만 뒤척여도 잠에서 깼던 아내이지만, 육아로 지친 아내의 육신은 이런저런 소음에도 반응이 없었다. 난 거실로 다시 돌아와 아들 옆에서 몸을 뉘였다.


‘육아 전쟁’이라고들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겨우 며칠 육아로 시름하면서 느낀 건, 한 생명체를 온전히 인간답게 키워내기 위해 처절히 몸부림하고 인내하며, 헤쳐나가는 것이 전쟁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치열한 현장에서 나와 함께 총알받이를 자처하는 이가 내 사랑스러운 아내라는 사실이다. 출산의 고통을 이겨낸지 얼마되지 않아 이 고난 속에 던져졌으니… 나보다 백배, 천배는 불쌍한 사람이다.


육아를 하며 새삼스럽게 아내에게 ‘전우애’를 느낀다. 단순한 사랑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풍부한 애정의 감정이다. 아기를 키우면서 초보 아빠의 마음도 몇 치는 자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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