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수 없는 일상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은 더할 수 없는 일상을 보낸 하루였다.

오전 흐린 날씨에 아내와 한강으로 러닝을 하러 나갔다. 비를 몰고 올듯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가 잠시 션의 아이스버킷 챌린지 마라톤 대회 개막식도 구경했다.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들로 모여서인지 모두들 축제 분위기여서 보는 우리도 즐거워졌다.

그들을 뒤로하고 서래섬으로 넘어가 달리는데 한강 위에 요트 한 척이 그림같이 떠있었다.


그 풍경을 보고 달리다가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섬을 돌고 나오다 섬을 가로지른 아내가 앞에 보여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손을 잡고 걸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아내와 미용실을 갔다. 아내는 파마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혼자 가겠다고

했지만 어림없는 소리였다. 이상하리만큼 나는 아내를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다.

네일샾이나 미용실에 내려주고 인근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을 때가 가장 보람찬 시간이다.


오늘도 아내를 내려주고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내려와 아내 톡을 보고 미용실로 들어갔다.

15년 넘게 다닌 미용실 원장은 나를 보면 반가워하면서도 내 머리에 시선이 꽂힌다. 사오 년 전부터

아내가 내 머리를 직접 깎아줘 더이상 미용실에 안오기 때문이다.

원장과 수다를 떨다 나와 만천리 상회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최근 김남주 배우가 막국수 맛집으로

소개한 집이어서 한번 가보고 싶었다. 고기완자에 시원한 막걸리도 제격이었다.


그렇게 점심을 때우고 정말 오랜만에 나인블록 미음나루점으로 차를 몰아 옛 추억을 떠올렸다.

돌아오는 길에 자양동에 들러 장모님과 함께 장인어른 제사를 기념하고 싸주신 반찬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오늘 일기를 쓰고 나면 프로 야구 LG 두산전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을 소확행이 기다리고 있다.

중년 백수가 되어 아내 혼자 힘들게 일하니 애처롭고 미래가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아내와 이렇게 더할 수 없는 일상을 만들어 나간다면 큰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