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아내가 며칠 전부터 쌈밥을 먹고 싶어 했다. 나는 쌈밥이 별로였지만 오늘은 쌈밥집을 가야 했다.
모처럼 이번 토요일만 교회 스케줄이 없다고 해 어제 열심히 쌈밥집을 찾아 놓았다.
남양주 능내리에 새로 생긴 쌈밥집이었다. 사진 상으로 깔끔하고 전망도 멋져 괜찮은 쌈밥집을 찾았다며
큰소리를 쳤다. 오전부터 비가 오긴 했으나 오후에는 그칠 것 같다며 출발했다. 강변북로를 타고 가는데
비가 더 세차게 오기 시작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능내리 쪽 추억이 많아 쌈밥을 먹고 강변을 산책할 계획이었는데 비 때문에 힘들 것 같았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차를 돌리자는 아내 말에 오히려 찔려 일단 가보자고 했다. 갈수록 비가 더 퍼부어 진짜 행선지를 바꾸려 하자 이번에는 아내가 그냥 가보자고 했다. 덕소를 지나다 보니 비가 그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찾아 간 쌈밥집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고 썰렁해 안될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은 왠지 쌈밥을 먹어야 할 것 같아 쌈밥집 찾아 삼만리가 시작되었다.
정약용 유적지 인근을 빗 속에서 찾아다니다가, 다시 덕소로 향했다. 배가 고파 도중에 시골밥상, 쭈꾸미집을 들어갈까 망설이며 갈팡질팡했다. 거기다 아내가 찾은 쌈밥집을 찾아가다 네비를 잘못 보고 다른 길로 들어섰다. 아내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고 투덜댔지만 뭐라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찾아 헤매다 아내가 예전 갔었던 곳을 가자고 했다. 너무 싸고 맛있어 몇 번 갔었는데 이름은 기억 안 났지만 찾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세 시간 넘게 돌고 돌아 오후 늦게 도착한 쌈밥집은 덕소회관이었다.
그 시간에도 손님이 많았고 돼지고기와 쌈밥 맛이 여전해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괜히 다른 쌈밥집 찾느라
고생하지 말고 이곳에 오자며 의기투합했다. 우린 항상 새로운 곳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구관이 명관이다.
카페를 갈 때도 아내 말대로 처음 갔던 카페 주차장에서 차를 돌리 길 잘했다. 난 비가 안 올 거라며 그 카페 전망 좋은 야외 벤치를 고집했는데, 새로 찾은 카페에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안도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내는 못난 남편과의 외출을 오늘도 성공시켰다고 자화자찬하며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