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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왔다.

중년 백수 일기

by 일로

어제 한강에 갔었고, 오늘도 오전에 아내와 한강에 다녀왔다.

요즘 일주일에 서너 번은 한강에 나오는 것 같다.

오늘은 아내가 안 가려고 하길래 혼자라도 가겠다고 준비를 하니 따라나섰다.

아내는 한강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했고, 나는 비 온 뒤의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서래섬까지 달려가 두 바퀴 돌고 돌아왔다. 1시간에 7킬로 정도를 뛰다 보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면서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몰려온다.


행복은 이렇게 지루한 일상에서 하기 싫은 일을 열심히 해냈을 때 찾아오는 보상 같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천국 선물 같은 시간이지만 가만히 있으면 알아차릴 수가 없다.

그 어떤 황홀한 희열도 한순간일 뿐 지속될 수 없기에 지나가 버리고 나면 공허함이 찾아온다.

그런 일시적 쾌락이 아닌 일상의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열심히 몸과 정신을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의 노고 없이 찾아오는 즐거움은 술과 도박, 마약 같은 쉬운 일들이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은 쾌락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고통 청구서가 날아온다.


차로 10분 거리의 한강 옆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지만 내 인생에 한강이 처음 다가왔다.

교회 마라톤 크루가 생겨 한강에 나와 달리기 시작하면서 한강이 내 인생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그동안 어떻게 그런 삶을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먹고살기에 급급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아내와 처음 여름밤 한강에 나와 달리면서 또 다른 세상으로 빠져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강 변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와 왜 사람들은 강 주변에 몰리게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물론 중년의 여유로운 시간 덕분에 주변 환경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탓도 있을 것이다.


글쓰기의 한강도 어느 날 찾아왔다. 브런치 작가라는 우연한 기회가 주어지면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으로 글쓰기의 위대함을 보여주면서 한강은 내 삶에 들어왔다.

한강에서 뛰는 만큼 내 육체는 강건해질 것이고, 글을 남기는 만큼 한강의 삶에 다가설 있을 것이다.

중년 백수에게 찾아온 한강이 내 삶을 변화시키고 내 꿈을 성장시킬 것이다.

언젠가 나도 한강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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