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엌에서 혼자 에어팟을 끼고 저녁을 먹고 있는데 뭔가 큰 굉음이 들렸다.
처음엔 윗 집에서 뭔가를 떨어 뜨렀다는 생각을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내가 화장실 입구에 쓰러져 있었고 달려가 부축을 하다 뒷 머리를 만지니 커다란 혹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화장실 입구 책상에 앉아 있던 아내가 일어나다 뒤로 쓰러졌다는 생각과 뇌진탕을 일으켰을 거라는 불안에
나는 어쩔 줄 몰라했다. 이 정도 혹이 날 정도로 바닥에 뒷머리를 부딪혔다면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의자 위로 올라가 천장에 있는 모기를 잡으려다 바퀴 달린 의자가 미끄러지면서 공중에서 뒤로 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뒤로 떨어질 때 붙박이 장 문에 머리를 부딪쳐 혹이 난 것이고 바닥에 부딪힌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나무 문이기에 충격이 덜했을 것이고 부딪힌 곳은 핏멍울만 져 있었다. 약을 바르고 자기 전에 보니 부기도 빠지고, 오늘 아침에는 많이 좋아진 상태다.
집안에서도 이렇게 사람의 생사가 오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 떨어졌으면 크게 다치거나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사고였다. 다리와 팔도 멍이 있었지만 그나마 그 정도면 다행이라며 위안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지나가고 나니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천국인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아내와 한강에 나가 러닝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보다 더 큰 축복과 행복은 없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오늘 오전까지도 컨디션이 안 좋아 방에 누워있지만 아내가 일어나면 손잡고 동네 카페라도 가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지루하게 보내고 있는 일상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그리운 축제 같은 시간일 것이다.
아내를 부축하며 느꼈던 공포와 불안을 생각하면 오늘 아침은 기적 같은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아내를 힘들게 하고 일상을 깨뜨리는 사람은 스스로 지옥문을 건설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우리가 기적의 일상을 더 기뻐하지 않으면 언젠가 그 이유를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