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3대 명절과도 같은
우리 집 3대 행사가 있다.
절대 약속을 잡아서는 안 되며
절대 아파서도 아니 되는 날이다.
계절 순으로 말하자면
첫 번째는 은행 터는 날
두 번째는 고구마 캐는 날
세 번째는 김장하는 날
농사짓는 엄마는 병충해에 탁월한 은행을 밭에 거름으로 쓰신다.
그리하여 우리는 10월 첫 주 토요일에는 약속이나 한 듯이 은행을 털러 간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똥냄새를 엄마는 향기롭고 좋다 하신다.
세 자루쯤 담으면 엄마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만 집에 가자고 하신다.
은행을 털고 그다음 주 토요일에는 온 가족이 고구마를 캐러 간다.
힘들다, 정말 힘들다.
농사는 엄마가 다 짓는데 왜 이리 힘든지 이건 매년 해도 적응이 안 된다.
그리고 한 해의 마무리 김장.
예전에 우리는 180포기를 했었다.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김장만 했었지.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배추를 버무렸다.
지금은 엄마와의 합의하에 40포기만 하기 때문에 우리는 밝은 표정으로 김장에 임하고 있다.
180포기를 해서 반 이상을 남을 주더라고. 차라리 배추는 조금만 심고 힘들게 농사지은 고춧가루를 시중에 팔라고 하니 엄마가 옳다구나 하셨다.
이제 우리 식구들은 마지막 집안 행사인 김장만 남았다.
김장이 끝나야 올해도 잘 마무리했구나 싶다.
엄마 말씀에 의하면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배추가 많이 손상되었다고 김장을 할 수 있을까 싶다셨다.
우리 자매들은
메뚜기가 배추를 더 먹어주기를 바랐다.
한해 정도는 김장은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우리 자매들의 종합적인 바람이자 판단이다.
엄마,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