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1] 제목을 입력하세요.
D-311. Sentence
제목을 입력하세요.
느낌의 시작
오늘은 어떤 문장도 생각나지 않았다. 연휴기간 동안 제대로 손대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던 프로젝트를 붙잡고 하루 종일 씨름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 반까지였다. 사실 진도가 생각만큼 나가지 않아 더 씨름해야 했으나, 그 기분 나쁜 메스꺼움이 또 나를 괴롭혔다.
어떤 문제 하나를 붙잡고 계속 옥신각신하다 보면 찾아오는 편두통과 심한 멀미 같은 통증. 나에게는 뒷골이 당기는 통증과도 같다. 결국 메스꺼움에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 10시에 대학원 동생과 온라인 미팅을 하기로 했으나, 결국 안방에 넉다운되어 전화를 걸었다. 풀었어야 했는데, 하루 종일 붙잡고 있으면 풀릴 줄 알았는데, 답을 찾지 못했다고. 회의를 미루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마음의 흐름
머리가 멍하고, 몸은 쑤신다. 늘 무언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벅차다는 생각이 들 때쯤 찾아오는 이 기분 나쁜 상태를 오늘도 이겨내지 못했다. 생각 같아선 이 정도 무게쯤은 거뜬히 이겨내고 비타민 C를 입에 털어 넣으며 밤을 새서라도 풀어내고 싶지만, 말 그대로 생각뿐이다. 입력해야 하는 제목칸을 채우지 못하고 비어 있는 느낌이다. 분명 ‘이거다’ 싶은 무언가를 비어 있는 제목란에 멋지게 적어버리고 싶은데, 연휴 기간 고속도로처럼 꽉 막힌 듯한 답답함과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앞이 뿌옇고 습기가 가득 찬 기분이다.
그런데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이 기간을 견디고, 다시 자료를 열고, 생각하고, 적어내다 보면 희미했던 눈앞이 조금씩 선명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말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계속 생각하게 되고, 정리하게 되고, 질문하게 되는 과정들을 반복하다 보면 또 갑자기 메모장을 찾아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적어내는 그 순간을 마주할 것을 말이다.
좀 전에 굿나잇 인사를 하러 왔던 첫째가 내가 노트북을 다시 켜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렇게 힘들면서 또 보려고 해요.” 그러다 내일 못 일어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어제는 처음으로 내 어깨를 주물러주더니, 오늘은 걱정되는 모양이다. 평소에는 들어본 적 없던 걱정 어린 말에 위로가 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엄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이젠 좀 자야겠다. 조금 자고 일어나면 비어 있는 제목칸에 세상 멋진 제목을 입력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안의 한 줄
꽉막힌듯한 오늘도, 내일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