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게 보이는 '태도에 대한 욕심'

[D-319] 가을에 피는 꽃일 수 있어요.

by Mooon

D-319. Sentence

가을에 피는 꽃일 수 있어요.

IMG_1194.PNG @유퀴즈

느낌의 시작


봄일지, 가을일지, 아니면 언젠가 피긴 피는 것인지가 불안하고 걱정되어 조급해진다. 어제 첫째는 마지막 과외를 마치고, 저녁엔 한 곳의 학원 테스트를, 오늘은 두 곳의 수학학원 테스트를 봤다. 나는 학원을 고를 때 나만의 기준이 있다. 다양한 학교의 아이들이 모이는 곳일 것. 그래야 동네 학교의 기준만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고등부까지 있는 학원. 초등공부는 결국 고등공부의 시작이기에, 현재의 흐름을 아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엄마라 정보가 많지 않다. 그래서 늘 촉에 의지하고, 주변의 조언에 기대야 한다. 이번에도 예전 수학학원 원장님의 추천과, 첫째의 영어학원 친구들이 다니는 곳으로 세 군데 테스트를 정했다. 학원 숙제를 ‘공부’라 착각하는 첫째가 최소한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하고 싶었다.



마음의 흐름


첫 번째 학원은 대형학원이었다. 일부러 영재고·과학고를 준비하는 ‘영재센터’ 시험을 보게 했다. 첫째가 현실을 바라보길 바랐다. ‘조금만 하면 금방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 첫째. 진득하게 문제를 풀기보다, 빨리 풀어 헤치우려다 실수를 반복하는 첫째. 조금만 모르겠으면 금방 포기하는 첫째.


나는 그 아이가 알길 바랐다. 세상엔 빠르고 쉬운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1시간 반이 주어졌지만, 1시간도 안 되어 시무룩한 얼굴로 나왔다. “못 풀겠어요.” 나는 다시 들어가서 남은 시간 동안 노력해보자고 권했다. 싫다는 얼굴로 들어간 첫째는, 10분도 안 되어 다시 나왔다. 학원을 나서며 나는 말했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 동안 끝까지 노력해보는 태도가 더 중요해.”


두 번째 학원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첫째는 또 주어진 시간보다 빨리 나왔다. 다시 해보라 권하자, “못할 것 같아요.” 그 대답에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누군가는 내가 욕심이 많다고 말한다. 맞다, 욕심이 있다. 하지만 그건 점수의 욕심이 아니라 태도의 욕심이다. 최선을 다한다는 게 무엇인지, 끝까지 붙잡고 시도해보는 경험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를 알려주고 싶다.


어리니까 당연히 안 되지, 라는 말로 포기하고 싶지 않다. 어른도 한 번에 되지 않는 연습을 되든 안 되든 꾸준히 하게 만드는 것, 그게 엄마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첫째의 마음을 바꿀 능력은 없다. 하지만, 무엇이 올바른 방향인지 알려주는 일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붙잡아야 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 과거가 그 자리를 지탱한다. 나는 왜 더 공부하지 않았을까. 왜 돈 때문에 유학을 포기했을까. 왜 재수를 한 번 더 고집하지 않았을까. 끝까지 시도해보지 않았던 나의 과거가, 지금의 나를 후회하게 만든다. 그래서 첫째에게는 ‘끝까지 해보는 경험’을 빼앗고 싶지 않다. 그 아이가 봄에 피는 꽃이 아니라, 가을에 피는 꽃일 수도 있다. 괜찮다. 늦게 피는 꽃도 피면 된다. 다만 내가 물을 주지 않고, 햇빛을 보게 하지 않아 아예 피어볼 기회를 잃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한다. “한 번 더 해보자.”


나도 첫째와 함께 성장 중이다. 말 안 통하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독재자 엄마로서.



내 안의 한 줄

무엇보다, 피어볼 수 있는 기회를 지켜주는 일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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