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8] 똑같아지려는 애씀
D-318. Sentence
똑같아지려는 애씀
느낌의 시작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 내 얼굴을 가지고, 우리 엄마 아빠 밑에서 자라난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모두가 다르게 태어난다. 그런데 왜 모두가 의사가 되고 싶고, AI 전문가가 되고 싶고, 유튜브 스타가 되고 싶을까. 성적이 되는데 의대를 안 가면 아깝다고 말하는 부모들의 생각이 얼마나 이상한지, 세상은 여전히 모르는 듯하다. 남들이 하는 걸 끈질기게 따라가는 일에 내 인생을 바치는 일. 괜찮지 않아야 한다. 죽어라 싫어야 한다.
마음의 흐름
40대 중반이 된 지금,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참 여러 번의 전환이 있었다. 회사도 여러 번 바꾸었고, 직업도 바꾸었다. 그럼에도 오래전 내 마음 속에 고이 묻어둔 꿈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꿈틀대고 있다. 다만 내 인생은 그 꿈의 중심이 아닌, 주변을 맴돌며 다른 길을 걸어왔다.
오늘은 첫째 아들의 마지막 과외날이었다. 5학년 때 처음으로 수학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같은 원장님 밑에서 수학을 배웠다. 엄하시지만, 머릿수로 돈을 계산하기보단 아니다 싶을 땐 호되게 혼내시며 아이를 진심으로 챙겨주셨다. 그래서 지금껏 믿고 맡겨왔다.
얼마 전 수학학원이 문을 닫고, 한 달 동안 원장님께서 중간고사까지 마무리해주시며 과외를 해주셨다. 오늘이 그 마지막 수업이었다. 거실에 앉아 원장님이 첫째에게 하시는 마지막 당부를 들었다. 그 말들이 참 고마웠다. “몰라서가 아니라 실수로 틀리는 것에 가슴 아파해야 한다. 괜찮으면 안 된다. 실수라는 명목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다 보면 그게 습관이 되고, 고등학교에 가서 ‘아는데 실수한 한 문제’로 등급이 바뀌는 결과를 마주하면, 결국 그렇게 만든 자신을 미워하고 괴로워하게 된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주변의 너를 아끼는 사람들도 너를 믿어줄 수 없다. 그러니 제발 긴장감 가지고, 나대지 말고 집중해서 문제를 풀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지만, 원장님은 다하지 못한 숙제를 끝내서 카톡으로 꼭 보내라고 당부하셨다. 첫째가 공부를 잘해서 의사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엄마로서 내가 첫째에게 진심으로 바라는 건 단 하나다. 후회할 수밖에 없는 인생 속에서, 지금을 되돌아봤을 때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 만들기를.
어떤 일 하나라도 최선을 다해보는 경험을 쌓으며,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즐기며, 껍데기 말고, 가짜 말고, 진짜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지금은 학생이기에, 그 태도와 마음가짐을 훈련할 수 있는 건 공부뿐이다. 100점을 바라는 게 아니라, 태도를 쌓아가길 바란다.
똑같이 되려는 애씀이 아니라, 누구보다 나다워지기 위한 발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 과외를 마친 첫째는 새로운 수학학원 테스트를 보러 갔다. 나는 낯선 학원 로비에 앉아, 첫째가 테스트를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금요일 저녁.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이 기다림조차 감사하게 느껴졌다. 첫째의 오늘이, 그리고 나의 오늘이 각자의 자리에서 진짜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며.
내 안의 한 줄
똑같아지려는 애씀보다,
나답게 살아가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