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는거다.

[D-328] 안 무서운 게 아니라, 무서워도 그냥 하는 겁니다.

by Mooon

D-328. Sentence

안 무서운 게 아니라, 무서워도 그냥 하는 겁니다.


@mobib.agit

느낌의 시작


안 무서운 게 아니라, 무서워도 그냥 하는 겁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자체를 특별히 좋아했던 건 아니다. 오픈런을 해야 하고, 평일에 가도 늘 대기줄이 길다. 분 단위로 움직이는 워킹맘에게 그런 곳은 그리 매력적인 장소가 아니다. 하지만 Ryo 대표의 다양한 인터뷰를 보고 들으면서, 그가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와 마음가짐에 깊은 존경심이 생겼다. 예전보다 더 절실하게 와닿는 말이 있다. “무조건 그냥 해야 한다.”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


나는 예전엔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며, 내 나름의 바운더리 안에서만 도전했다. 그게 잘 사는 거라 믿었다. 그 경계 안에서는 정말 끊임없이 열심히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그래서 ‘나는 늘 도전하는 사람’이라 착각했다. 누군가 나에게 “넌 도전하지 않았잖아”라고 말하면, 발끈하며 부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 안에서만 움직였고, 그 경계 밖으로 나가면 한 발자국도 떼지 못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무서워서 그랬다. 이상하게 보일까 봐,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지금껏 쌓아온 것들이 무너질까 봐. 그 안에서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시 ‘초보가 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 두려움을 깨부수지 못하면, 나는 나아갈 수 없다. 무섭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섭지만 그냥 하는 것이 진짜 어른이라는 것을. 두 아들이 절벽에 매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무섭더라도 달려갈 것이다. 두 아들이 죽을 위기라면, 두렵더라도 내 장기를 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지는 인생을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절실하지 않았다. 죄 짓는 일 말고, 남에게 피해 주는 일 말고, 세상에 못할 일은 없다.



마음의 흐름


언젠가 첫째와 종로를 걸으며 물은 적이 있다. “엄마가 저 큰 건물에서 청소하는 사람이면 창피할 것 같아?”

첫째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히 “창피할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솔직함이 고마웠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두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 산 정상에 올라가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 있다. 그 풍경을 본 사람만이 정상의 의미를 안다. 그곳에 오르기 위해 피나는 몸부림을 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끝없이 싸워본 사람만이 안다. 그래서 나는 두 아들에게 말할 것이다. “무조건 시도해보자.”


최근 첫째의 수학학원을 옮기는 과정에서,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 영재센터 시험을 보게 했다. 첫째는 “이런 문제를 푸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 뒤로 일반반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어제, 나는 첫째와 마음을 이야기했다.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 모르지만, 일단 시도해보자고 했다. 한 달을 다니든, 2주만 다니든, 거절당하든 상관없다고 했다. 망설이다가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해볼래요.”라고 말한 첫째에게 나는 박수를 보냈다. 매일 그 마음을 살 것이다. 무섭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진짜 용기의 모양이니까.



내 안의 한 줄

용기는 두려움을 품은 채 앞으로 가는 마음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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