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5] 모든 것이 콘텐츠다.
D-325. Sentence
모든 것이 콘텐츠다.
느낌의 시작
모든 것이 콘텐츠다. 오늘은 정말정말정말 오랜만에, ‘오늘을 어떻게 보낼까’를 고민해볼 수 있는 금요일이었다. 프로젝트 중간보고도 무사히 끝났고, 삼척조사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당장 내일까지 마감해야 하는 급한 일도 없었다. 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여유로운 오전’이.
둘째가 축구 방과후를 마치고 일찍 돌아오지만, 그래도 2시까지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었다. 게다가 하늘이 얼마나 예쁘던지, 구름이 마치 잘 다린 셔츠처럼 정갈하게 펴져 있었다. 둘째를 등교시키고, 한경 모닝루틴을 들으며 불광천을 뛰었다. 가을의 공기는 묘하게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푸른 하늘, 선선한 바람, 그리고 적당히 비치는 햇살 . 이 세 가지가 오늘의 불금을 불금답게 만들어주었다.
네일샵을 예약했다. 손톱으로 국수를 집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버린 손톱을 드디어 정리하기로 했다. 처음 가보는 샵, 게다가 내가 가려던 카페에서 걸어서 5분 거리. 네일케어를 마치고 둘째를 데리러 가는 동선까지 완벽했다. 모든 게 매끄럽게 연결되는 듯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카페로 향했다. 여전히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 라떼와 바나나케이크를 주문하고 대학원 동생과 잠깐 통화를 했다.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렀다. 이제 네일케어를 받으러 가야 했다.
마음의 흐름
그런데 도착해보니 문이 닫혀 있었다. “지금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예약확인을 못했어요” 전화를 받은 대표님의 목소리가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순간 화가 났다. 정말 오랜만에 나 자신을 위해 낸 시간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틀어질 줄은 몰랐다. 그동안 숨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했던 나에게 주어진 단 몇 시간의 여유가 갑자기 현실의 벽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하지만 화를 내봤자 소용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고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긴 아쉬웠다. 다른 네일샵을 찾았다. 다행히 근처에 하나 있었다. "걸어서 15분 거리면 괜찮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곳도 문이 닫혀 있었다. 이번엔 원장님께서 병원 물리치료 중이라 40분 후에나 가능하단다. 오늘은 대체 무슨 날이란 말인가.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 아니면 또 언제 하겠어.” 결국 옆 카페로 들어가 라떼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커피를 정말 사랑하는 사장님이었다. 커피 이야기를 하며 잠시 웃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원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요.” 길고 길었던 손톱을 짧게 다듬고, 젤을 지우고, 큐티클을 정리했다. 손끝이 가벼워졌다. 다시 걷고 또 걸어, 둘째를 데리러 학교로 향했다. 오늘 하루의 동선이 기가 막히게 이어졌다. 단 한 번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결국엔 완성됐다. 카페에서 기다리며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진짜 이상한 날이야. 네일샵 두 번이나 닫혀있었다니까?” “그러려니 해.” 그래, 그러려니 해야지. 그럴 때가 있는 법이다.
내 안의 한 줄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날도 있고, 전혀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결국은 나의 콘텐츠다. 오늘은 ‘계획대로 안 되는 날의 기록’이라는 주제로 완성된 불금이었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