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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질 것이다. 반드시.

[D-331] 전시는 2층으로 이어집니다.

by Mooon

D-331. Sentence

전시는 2층으로 이어집니다.


IMG_1522.HEIC @도계 작은미술관앤드

느낌의 시작


전시는 2층으로 이어집니다. 삼척의 폐광촌, 도계에 내려왔다. 제2의 도약을 기다리고 있는 스토리가 가득한 동네였다. 어둠이 내려앉은 갱도처럼 고요하지만, 그 속에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마음들이 있었다. 그 중심에 ‘작은미술관 앤드’가 있었다. 한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다. 미술관의 흰 벽면에 걸린 그림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석탄의 먼지와 땀, 그 시절을 버텨낸 사람들의 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마음의 흐름


도계에 와서 느낀 건, 이곳은 ‘멈춘 마을’이 아니라 ‘기다리는 마을’이라는 것이다. 겉보기엔 오래된 간판, 비어 있는 상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뿐이지만 그 안에는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미묘한 열망이 있었다. 아침엔 도계 마을 곳곳을 걸었다. 한때 광부들의 숙소였던 낡은 건물들, 작은 가게 앞에 놓인 의자, 오래된 간판의 글씨체까지도 다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이곳의 공기에는 ‘잊히지 않으려는 마음’이 스며 있었다.


오후엔 마을커피랩에서 기관 관계자들과 긴 미팅을 가졌다. 이 지역의 현실적인 문제들, 이동, 숙소, 예술가 협업, 사람 유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역할을 찾으려 했다. ‘도계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일’, 그게 우리의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엔 정말 뜻밖의 초대가 있었다. 도계 사무국장님 댁에서 직접 지어주신 집밥을 함께 먹었다. 된장찌개의 짭조름한 향, 따뜻한 밥 한 공기에 담긴 온기, 그리고 밥상 위로 흘러나온 도계의 이야기들. “여기에도 꿈꾸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새벽을 달려 돌아오는 길, 차 안의 공기가 묘하게 따뜻했다. 피곤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단단해졌다. 이 모든 기록이 단순한 프로젝트의 일부가 아니라, 나에게는 하나의 전시처럼 느껴졌다. 그 전시는 분명 2층으로 이어질 것이다. 12월의 성과공유회가 ‘끝’이 아니라,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되기를 바란다.



내 안의 한 줄

이 마을도 나처럼 다음 층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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