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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을 수 있기를.

[D-333] 귀가 두 개인 진짜 이유

by Mooon

D-333. Sentence

귀가 두 개인 진짜 이유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

느낌의 시작


세상이 말하는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에 더 집중하라는 뜻. 너무 익숙한 말이라 새삼스럽지 않지만, 그 문장이 오늘따라 마음 한구석에서 오래 머문다. 아마도 나는 요즘 ‘듣는 일’이 유독 어렵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입을 통해 내 생각을 전하는 일은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귀를 통해 타인의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의지와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그건 단순히 ‘귀로 듣는’ 차원이 아니라, 내 마음을 열고 상대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만큼 어렵고, 그만큼 귀한 일이다.



마음의 흐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삼키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대화 중에 상대가 내 생각과 다르게 말할 때, 나는 종종 그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그건 아니야’라는 생각이 앞선다. 어떻게든 내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고 싶고, 내 입장과 의도를 이해받고 싶다. 그게 사람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경청’이라는 단어를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걸 실제로 실천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는 건, 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한다’는 신호이자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듣기’는 내 생각을 멈추고, 마음의 틈을 내어주는 훈련에 가깝다. 내가 옳고, 상대가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 단순한 사실 하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모른다.


그래서 함께함은 늘 어렵다. 서로 다른 생각, 다른 속도, 다른 감정선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라는 단어는 결코 가볍지 않다. 듣는다는 건 상대의 말을 내 안으로 들여오는 일이고, 그 안에서 부딪히고, 삐걱거리고, 때로는 체하는 일이다. 오늘 나는 그 체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


상대의 말을 듣는 동안, 나는 ‘이건 오해야’, ‘그건 아니야’라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머릿속에서는 반박이 자라나고, 내 마음은 점점 닫혀갔다. 상대는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고 느꼈을 것이고, 나는 ‘나를 몰라준다’며 서운해했다. 둘 다 틀린 건 없지만, 둘 다 외로웠다.


귀가 두 개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하나는 ‘상대의 말을 듣기 위한 귀’, 다른 하나는 ‘그 말을 내 안에서 되새기기 위한 귀’가 아닐까. 그렇게 두 번 들어야 진짜 들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나는 그 두 번째 귀를 자주 잊는다. 듣는다는 건 결국 내 안에서 다시 듣는 일인데, 나는 늘 첫 번째 듣기에서 멈추곤 한다.


귀가 두 개인 이유를 이해한다고 해서, 바로 관대해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건 머리의 이해가 아니라 마음의 근육을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포용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리고, 그 말을 되새기며 밤을 지새우는 나를 보면 아직도 나는 미숙하다. 그 미숙함이 나의 인간다움일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유난히 그 미숙함이 버겁다.

속이 더부룩하다.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이런 감정이 하루이틀이면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이번엔 다르다. 시간이 약이 아니라, ‘이해’가 약이 되어야 하는 순간이다. 상대의 말뿐 아니라 그 말이 태어난 맥락과 마음까지 내 안에서 천천히 소화해내야 한다. 그게 진짜 듣는 일, 진짜 어른의 일 같다.


귀가 두 개인 이유를 오늘 하루 종일 되뇌었다. 말보다 듣기를, 반박보다 이해를, 속단보다 기다림을. 머리로 아는 사실을 마음으로 삼키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되풀이한다. ‘귀가 두 개인 이유를 잊지 말자.’ 언젠가는 이 마음의 체증을 부드럽게 소화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때쯤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안의 한 줄

듣는다는 건, 마음을 비워내는 일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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