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5] 삶이 장난 아니니까
D-335. Sentence
삶이 장난 아니니까
느낌의 시작
삶이 장난이 아니니까. 지금 돌아보면, 삶이 장난이었던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언제나 진심이었고, 언제나 버거웠으며, 언제나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했다. 그 어떤 것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삶’이 아니라 ‘태도’다.
그때는 나만 힘든 줄 알았다.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지, 왜 나만 이렇게 안되는지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안다. 삶은 누구에게나 다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나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삶은 여전히 진지한 싸움이고, 버텨내야 하는 무게라는 것을.
최화정 씨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 같다. 자기만의 화법, 자기만의 요리, 자기만의 화장법. 그 모든 것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자기 방식’으로 다듬어져 있다. 그래서 그녀의 삶이 예쁘다. 예쁜 얼굴 때문이 아니라, 예쁜 ‘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도 삶은 장난이 아니었다. 늘 웃는 얼굴 뒤엔 오랜 시간의 단련과 자기 다짐이 있었을 것이다.
마음의 흐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어제는 어느덧 사라지고,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가 흘러갔다. 새벽 일찍 스쿨버스를 타고 안성으로 내려가 오전, 오후 내내 수업을 했다. 수업 전엔 다음 주 진흥원 AI 워크숍의 최종 참가자 명단을 확정하고, 관련 내용을 진흥원에 전달했다. 보고서에 들어갈 결과물 이미지 수정 협의도 이어졌다. 삼척종합지원센터에서 제안받은 제안서 미팅 날짜를 조율했고, 견적서 의뢰 상황도 확인했다. 서울로 돌아와서는 내일부터 진행될 인터뷰 일정과 금요일 오전 전문가 컨설팅 준비 회의를 마쳤다. 이제야 집에 도착해 글을 쓰고 있다.
이 정신없는 하루의 끝에서 문득 어제의 나를 떠올린다. 한낮의 햇살 아래, 두꺼운 이불 속에서 땀에 젖어 낮잠을 자던 그 시간. 독립서점에서 책을 들고 나오던 순간의 공기와 냄새. 그 모든 게 꿈처럼 멀다. 마치 백일몽처럼.
집에 돌아와 아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말고사 준비 들어갔어?” 생애 첫 중간고사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다시 시험의 계절이다. 벼락치기 말고, 조금씩 해보자고 말했지만 아들의 대답은 여전히 건성이다.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달라며 정중하게 졸라오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학원 숙제는 다 했어?”라는 말로 끝나는 대화. 이 아이에게도 삶은 장난이 아닐 것이다. 다만 아직 그 무게를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엄마로서 나는 바란다. 세월을 아끼는 사람이 되기를. 모진 풍파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넘어지더라도,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설 줄 아는 힘을 가지길. 그게 삶을 살아내는 일의 본질이니까.
이번에도 나도 모르게 홍역을 앓았다. 하루하루 버티는 사이, 어디선가 미세하게 금이 가고, 또 메워지며 조금은 단단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삶은 여전히 장난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하지만 그 무게를 피하지 않고 견디는 일, 그게 어른이 되는 일이고,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아닐까.
여행 후 남는 여독처럼, 여전히 회복 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버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나쁘지 않다. 도망가지 않고, 숨지 않고, 글로 남기는 나의 하루.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생존 방식이다. 삶은 장난이 아니다. 그러니 오늘도 살아낸다. 그게 바로 ‘나의 일상’이다.
내 안의 한 줄
삶이 장난이 아니기에, 오늘의 버팀도 의미가 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