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36] 1분만 해도 온몸이 터질 듯
D-336. Sentence
1분만 해도 온몸이 터질 듯
무엇인가를 얻는다는 것이, 어떤 한계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었던가. 1분만 해도 온몸이 터질 듯한 괴물훈련을 반복하고 또 반복할 때 가능한 일이다. 할 수만 있다면 온힘을 다해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두렵고 괴롭고 외로운 싸움이다. 그러나 그 싸움을 멈추지 않을 때만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중딩 아들을 호되게 잡았다. 한동안 참고 또 참아왔지만 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오늘 넘은 선을 그대로 방치하면, 다음엔 더 높은 선을 넘게 될 것이고, 더 망가질 것이 분명했다. 사춘기가 아닌 사춘기 할아버지가 온다 해도, 이 집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음을 알려줘야 했다. 그걸 그냥 두면 교만함이 뼛속 깊이 베이고, 고치려 해도 고쳐지지 않는 제2의 본성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나는 아들에게 소리쳤다. “엄마처럼 고통받지 말고, 끊어내라.” 가족을 망치고 너를 망치는 그 악습이 너의 몸에 베이기 전에 멈추라고. 아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몸에 베인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집요한 일인지를 아직 모른다. 평생 해오던 못된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1분만 해도 온몸이 터질 것 같은 괴물훈련 속에 스스로를 던져야 한다. 누가 대신 밀어 넣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내 몸을 던질 만큼의 강한 의지로만 가능한 일이다.
그 강한 의지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순탄하고 편안했다면, 괴물훈련 속으로 스스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괴물훈련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내 안의 오래된 나를 견디는 일이다. 지치고 마음이 틀어져도, 이를 악물고 웃는 것. 어떤 일이 있어도 먼저 웃는 것. 그것이 나에겐 참 어렵다.
이번에도 결국 지고 말았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고, 마음은 단단히 굳어졌다. 아들과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었다. 말 한마디 없는 식탁 위 공기는 싸늘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알았다. 결국은 내가 먼저 웃어야 한다는 걸. 그게 엄마의 몫이라는 걸. 하지만 쉽지 않다. 웃는다는 건 단순히 표정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나의 오래된 분노와 상처를 견디며 삼키는 일이니까. 내 안의 교만함, 내 안의 완벽주의, 내 안의 피로가 여전히 나를 조여온다. 그래서 나에게 웃음은 괴물훈련이다.
힘들고 어두워질 때일수록, 억지로라도 웃어보려 한다. 웃는 순간 마음의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여전히 고통스럽고, 여전히 서툴지만, 그것이 나를 조금씩 바꾸는 과정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아들과의 싸움도, 나 자신과의 싸움도 결국 같은 괴물훈련의 연속이다.
오늘도 나는 내 안의 괴물을 마주한다. 그 괴물은 나를 끊임없이 시험하지만, 결국 나를 단련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치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서 웃으려는 그 순간이 바로 내가 성장하는 시간이다.
내 안의 한 줄
웃음은 내 안의 괴물을 길들이는 가장 단단한 훈련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