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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는 태도를 만든다

[D-338] '한다'의 수식어를 잘 골라야 해요

by Mooon

D-338. Sentence

'한다'의 수식어를 잘 골라야 해요

@MBC PLAY GROUND


늘 동사가 문제다.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내 관계와 상황과 미래를 결정한다. 지드래곤은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질문들’에 나와 ‘한다’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한다. 안 한다. 못 한다. 잘한다. 잘못한다. 결국 이게 다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안 하거나 못하고 있고, 어떤 것을 잘하거나 못하고 있을까. 사실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40대 아줌마가 되어보니 기본적으로 한다, 못한다의 개념은 어느 정도 뛰어넘은 것 같다.


일단 남들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연예인 스케줄이고, 잠은 언제 자고 언제 쉬냐고 물을 정도의 일정들을 소화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버벅대면서도 하고는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살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을 빠르게 쳐내고, 멀티로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것에 어느 정도 도가 튼 기분이다.


다양한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때가 많다 보니 ‘한다, 안 한다’로 선택할 수 있을 만큼의 일들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만 우선순위에 놓아도 결국 분 단위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정신없는 삶이기 때문이리라.


어제 정말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종로로 나갔었다. 이마저도 타이밍 절묘하게 둘째가 갑자기 많이 아프고, 남편도 저녁 약속이 있고, 나 또한 할 일이 있어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가장 먼저 일어나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친구들과 따로 만나 수다 떨고 밥 먹는 일이 1년에 다섯 손가락에 꼽히고, 저녁 약속은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정도다.


누군가는 그러다 번아웃이 올 것 같다고 말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나의 삶이다. 내가 선택한 삶이다. 늘 피곤하고, 잠이 부족하고, 조급하고, 여유롭지 못한 마음과 늘 싸워야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신경 쓰고 케어하는 만큼 일도, 두 아들도, 내 삶도 빛나리라, 후회하지 않게 되리라 믿고 있다.


그래서 한다, 안 한다의 개념보다 ‘잘한다, 잘못한다’를 더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완벽주의자라고 말한다. 사실 스스로가 인정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인다면, 그게 맞는 것일 텐데. 형식만 따라 쫓아가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는 의미가 더 클 것 같다. 기왕 한다면 잘하고 싶다. 대충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무엇이든.


남들은 너무 많은 것에 쓸데없이 무겁고, 진지하고, 열심이라 말하지만 그것이 내가 살아온 방식이고,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 또한 귀한 나의 삶의 일부이다. 아직 10시도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정말 무지막지하게 졸리다. 심지어 잠시지만 낮잠을 잤음에도 이렇게 졸린 거 보면 오늘은 글을 썼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말이 되고 안 되고보다, 잘 쓰고 못 썼다기보다 그냥 내 글인 거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이젠 씻고 눈을 붙여야겠다. 내일 월요일 수업 준비해야 하는 지금이 현실이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



내 안의 한 줄

기왕 한다면, 진심으로 잘하고 싶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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