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 풀(김수영)
[하루 한 詩 - 037] 사랑~♡ 그게 뭔데~?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이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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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내게
‘누운 풀처럼 살라’하고
정작 본인은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다’ 말하지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도
나무를 흔들고 풀을 눕게 한다는 것은 모르지요.
나무의 마음 흔들고
풀을 눕고 울게 하지만
뒤돌아보지 않으니 어찌 알리오?
떠난 바람 원망치 않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는 풀이 있다는 사실!
이것이 세상을 떠받치는 힘이 아닌가요?
세상을 살다보면
자신이 가장 낮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지만
더 아래가 있고
더 위가 있다는 사실도 많이 잊고 살지요.
그런 이치이기에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을 것 같은 바람기에
눕고 우는 풀이 있는 것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