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43
인간은 누구나 좋은 걸 보고 싶고 맛난 걸 먹고 싶고, 근사한 남자와 몸을 섞고 싶고, 근사한 여자와 섹스를 나누고 싶다. 하지만 모두 뜻대로 되지 않는다. 또한 이런 모든 욕구는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맛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배탈이 나기도 하듯 지나치면 부작용도 따르고, 사랑하는 연인과 섹스로 갈등을 벌이기도 한다. 특히 사랑이 없는 섹스는 상대방을 그저 자기 쾌락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나의 쾌락만 중요하고 타자의 쾌락 같은 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전제다. 당연히 섹스가 줄 수 있는 최상의 쾌락을 얻기 힘들다. 섹스가 줄 수 있는 최대의 쾌락을 너와 나라는 구분 자체가 사라지는 무아의 경지일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서 압도적인 쾌감을 가장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섹스의 가장 큰 효과다. 어쩌면 신이 섹스 통해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번식을 위한 생물학적 장치일지도 모르겠지만, 본능적인 행복의 원형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섹스에 의한 행복 추구는 극도로 억제되어 왔고, 충족된 성적 욕구는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일시적이다. 섹스에 의한 행복이 다른 모든 행복의 순간과 같이 순간적이지만, 행복감이 너무 강렬하여 섹스를 버리고 금욕주의와 같은 다른 길을 선택하기는 매우 어렵다. 아무리 행복의 달성 원칙이 적극적 쾌락보다는 고통과 불행을 제거하는 소극적 행복의 길을 선택한다 해도 섹스를 통한 적극적 쾌락의 추구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인류는 멸망하지 않을 테니,
섹스를 즐기면 건강학적 측면에서 여러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면역력을 높여 감염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을 낮추어 준다. 연구에 의하면 성관계 시 항원 방어물질인 면역글로불린의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둘째, 스트레스를 줄여 뇌신경을 보호한다. 성생활을 하는 사람의 인지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셋째, 긴장을 풀게 해 숙면에 도움을 준다. 섹스 나오는 엔도르핀은 긴장을 풀어주고 숙면에 도움을 준다. 또한 오르가슴을 느끼는 옥시토신 호르몬도 숙면을 촉진한다. 관계 후 곯아떨어져 자는 이유다. 넷째, 상당한 열량을 소모하는 운동 효과이다. 한 차례 성관계 시 남성은 약 100kcal, 여성은 평균 70kcal의 열량을 소비한다. 다이어트 효과까지는 아니더라도 같은 시간 속보(8km/h)로 걷는 운동량으로 열량을 소모하여 다이어트에 매우 좋다. ‘결혼하더니 얼굴이 반쪽이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섹스는 지속 시간이 짧다. 실제 살이 빠질 정도로 열량이 소모되지 않으며, 신혼부부에게 놀림이 포함된 말이다.
이렇게 섹스가 건강에 좋다는 조사나 연구가 많고 긍정적인 것이 확실하지만, 섹스가 먼저인지 건강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건강하니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섹스하니 건강해진 것인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어찌되었든 섹스는 건강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무궁무진한 것이 아닌가.
섹스는 무아(無我)를 경험하게 한다. 자신보다 타인의 쾌감을 느끼게해주려는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 상대도 자신의 쾌감보다 나의 쾌감을 증진하려고 노력하다. 바로 이럴 때 두 사람은 극강의 쾌감을 느낀다.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구별될 수 없는 느낌! 네가 즐거워 내가 즐거운 것인지, 내가 즐거워 네가 즐거운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느낌! 나와 네가 무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불경하게 불교의 원리를 가져와서 좀 그렇지만, 이것이 바로 원효가 말한 ‘자리이타自利利他’, 즉 자신도 무아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고, 타인도 무아의 경지에 이르도록 한다는 가르침과 같다. 또한 공(空)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섹스를 청청한 방향으로 너무 나갔나.
왕조 시대에 왕들의 수명이 짧은 것은 궁녀들과 섹스를 많이 해서 그렇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속설과 함께 ‘성관계를 많이 하면 기를 빼앗겨서 수명이 짧아진다.’라는 속설이 있는데, 당연히 미신이므로 사실이 아니다. 얼마나 많이 섹스하면 수명이 짧아질 정도일까. 혹시 3천 궁녀와 그리하면 그럴지도~
섹스는 언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에서는 만 13세 이상, 한쪽이 성인일 경우 만 16세 이상이어야 법적으로 합의하에 맺는 성관계가 가능하다. 해당 연령보다 낮은 상대와 성관계를 하다 적발되면 서로 합의하에 맺은 관계일지라도 무조건 처벌 대상에 속한다. 또한 해외 국가에서도 성관계 가능 연령을 만 16세 이상으로 기준을 잡은 국가가 제일 많다.
세계에서 강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어느 나라일까? 성 개방의 정도가 가장 높은 곳이 북유럽의 나라들이다. 그중에서도 스웨덴이 압도적으로 강간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스웨덴은 강간범이 한 명의 피해자에게 행한 모든 강간을 1회로 처리하지 않고 횟수를 따져 처리한다. 즉 한 명의 피해자가 동일범에게 강간을 20회 당했다면 20회로 기록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피해자 한 명당 1회로 처리한다. 성평등과 성 개방 수준이 높고 동시에 치안도 잘되어 있는 북유럽 및 선진국의 경우 성문화가 보수적인 다른 나라보다 성범죄를 경찰에 신고하기가 쉽고, 부부나 연인 간의 강요된 성관계를 강간으로 신고하기가 수월하다. 따라서 강간율이 인도 같은 성 후진국에 비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성에 대하여 개방된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의 또 하나 특징은 합의된 성관계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성범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성에 개방적인 것과 성범죄는 당연히 별개의 일이다. 또한 유럽권에서는 청소년들의 성관계를 그렇게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부모 세대도 그렇고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도 청소년 시절에 마음대로 성 경험을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안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에서 임신하지 말라고 콘돔을 공짜로 나눠주고 학교 자판기에 콘돔을 팔 정도다. 실제로 스웨덴 고등학생 중 70%는 성 경험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인간은 성행위를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을 매우 수치스러워하기 때문에 타인의 눈을 피해 숨어서 실시한다. 따라서 많은 국가에서도 대중에 보는 앞에서 성행위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기본적으로 금지한다. 가끔 사회면에 등장하는 형법에 규정된 공연음란죄(公然淫亂罪) 처벌 관련 뉴스들이 대표적이다.
일부 학자들은 ‘섹스가 반드시 사랑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때 섹스는 애틋한 감정 없이 육체적인 유산소운동일 뿐이다.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과만 영원히 섹스해야 한다는 생각은 극히 자연적이지 못한 부당한 결론이라 생각한다. 사실 자연의 대부분 동물은 정해진 한 상대와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평생 한 배우자와 섹스를 해야 한다는 일부일처제는 섹스면에서만 본다면 자연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 기독교 문화권과 낭만주의의 영향이다. 기독교 문화권에서 가톨릭은 부부 관계를 제외한 혼외 성행위는 추악한 죄로 규정하고, 합법적 부부 관계를 제외한 모든 혼외 성관계(혼전 성관계, 간통)나 성적 행위를 교리적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개신교의 성 윤리도 카돌릭과 마찬가지다. 또한 낭만주의는 일부일처의 섹스에 더욱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외부로 향한 성적 관심이 항상 어리석은 것이라 만들었다. 모든 혼외적 성적 관심을 일종의 위협이자 종종 감정의 파국이라 정의해 놓은 것이다. 그래도 이혼과 재혼이 자유로운 연속적 일부일처제로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합리적인 제도로 자리 잡아 겉으로 보기엔 평안해 보인다. 속으로 숨어서 어떤 요지경 세상이 되는지는 모르겠고.
사랑은 남과 여,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 둘이 하나가 될 때 완전체가 되는 인류 최고의 가치이다. 육체적 사랑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섹스를 어둠과 그늘의 터부시하는 부정적 마음을 걷어내고, 밝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하여 사랑의 묘약으로 적극 활용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