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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이름만큼이나 정겨운 은평구 카페, "카페 능소니"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풍경이란 것을 알게 해 주는 카페입니다.

by 깨달음의 샘물

스타벅스 등의 대형 커피매장이 온통 대한민국을 점령해 가고 있지만, 난 체질적으로 커피 매장의 대형화를 싫어한다. 흔히들 바리스타의 자격요건으로 커피를 다루는 재능을 강조하지만, 나는 그보다는 인간과의 어울림을 존중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바리스타의 진정한 덕목이라고 생각해 왔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능력, 그러니까 내 이야기를 적당히 잘 들어주고, 내가 무안하지 않게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주며, 이에 더하여 조심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일 줄 아는 능력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은 대형 매장에서 기계적 레시피로 커피를 찍어 내는 젊은이들에게는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단언컨대 나는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커피 전문점을 내 발로 내가 원해 걸어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자그마한 카페라고 하여 내가 원하는 바리스타가 언제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내 맘에 드는 카페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들기 마련인데... 오늘 우연히 (내 기준으로 볼 때) 실로 괜찮은 카페를 만났다. 서울의 변두리(이크! 주인장 노하실라.) 녹번동, 서오릉까지 이어지는 서오릉로 초입에 있는 선우빌딩에서 말이다.

아, 틀림없이 선우빌딩에 있지만 메인이 되는 공간이 아니라 건물 모서리에 수줍게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꽤 커 보인다고? 아니다. 사진이 언제나 진실을 말하지는 않는다. 실제 카페 내부는 거의 직3각형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고, 앉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눈에 보이는 이것이 전부이다. 그러니 앞에서 보여준 사진은 직3각형에서 가장 긴 부분, 그래 빗변을 보여준 셈이 되는 것이다.

내려져 있는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거리 풍경인데, 뻔한 풍경이지만 이렇게 찍어 놓으니 나름 괜찮다.

이런 이런... 카페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카페 이름을 소개하지 않았다. 카페 이름은 "능소니". 곰의 새끼를 일컫는 우리말인데, 그냥 왠지 모르게 한없이 정겨운 이름이다. 통념적인 간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간판. 요란스러움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간판 때문에 "능소니"라는 단어가 귀엽고 따사로움으로 다가온다. 한마디로 카페 능소니의 주인장, 절제의 미학을 잘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카페 능소니의 간판이 아름답고, 마음에 든다고? 그러고 보면 사람들 보는 눈이 다 거기서 거긴가 보다. 이미 이 간판은 2021년 서울시 좋은 간판 공모전엑서 좋은 간판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니 말이다.

앞에서 내가 이야기했던 바리스타의 자격 요건이 기억나는지? 이곳 카페 능소니의 주인장은 얼핏 보아도 그런 느낌을 준다. 흰머리가 주는 푸근함이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기는 하다.

메뉴인데, 자그마한 카페에서 받을 만한 가격을 받고 있다. 너무 과하지는 않고, 그렇다고 가격을 너무 낮추어 스스로 카페의 품격을 떨어뜨리지도 않고.

심플하게, 카푸치노를 한잔. 평소 (시나몬이 없는) 카푸치노가 그 카페의 커피 맛에 대한 가장 적절한 바로미터가 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처음 들리게 된 카페 능소니에서도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맛은 각자의 취향에 따른 편차가 크니 이야기를 생략하겠다.

카푸치노를 홀짝이며 지켜보니 카페의 존재감은 이미 이 동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테이크 아웃을 해가는 손님이 이어지고, 사진을 못 남겼지만 카페 안에서 마시는 손님들도 많고.

조금 한가해진 틈을 타 카페 능소니의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얼추 내가 강조했던 바리스타의 자격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느낌이 묻어난다. 은행에서 보낸 오랜 세월과 그로부터 추단되는 나이가 보여주는 인생 경륜이 엿보인다. 하여 다음에 온 손님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한 장 남겼다. 알고 보니 나와는 갑장. 그래 첫눈에 전해진 친숙함의 원인은 아마도 여기에 있었던 듯싶다.

아, 이 연재글의 제목인 View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에 있냐고? 이곳 카페 능소니를 내가 View 맛집으로 소개하는 이유는 사람 또한 풍경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니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풍경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가수 또한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이쯤에서 그의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맺는다. 우리 모두가 진정한 View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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