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에 빛나는 "순흥전통묵집"의 묵밥은 어떨는지요?
경상북도 영주는 도처에 볼거리 가득한 멋진 곳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을 꼽자면 역시 고려시대 축조된 목조건축물인 무량수전(無量壽殿)을 품에 안은 부석사(浮石寺)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紹修書院)을 들 수 있는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연중 때를 가리지 않고 이곳들을 찾아 영주관광에 나서곤 한다. 이 경우 부석사나 소수서원을 돌아보고 난 후 식사를 어디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고민에 빠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생각해 볼 수 있는 선택지로 "순흥전통묵집"의 묵밥을 들 수 있다.
인터넷에서 순흥묵집을 검색해 보면 여러 곳이 뜨는데, 그 가운데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곳은 두 곳으로 압축된다. 그렇지만 이 둘 중에서 어느 곳을 찾아 순흥묵밥을 맛 보아야 하는지는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알고 있다. 바로 먼저 보이는 "순흥전통묵집"이 그곳인데, "순흥전통묵집"이 아니라면 굳이 순흥에서 묵밥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흥전통묵집은 소수서원으로 이어지는 소백로에서 약간 안쪽의 좁은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처음 찾는 이라면, 사실상 네비에 의존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처럼 좁은 골목길 안쪽에 있다고는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보니 주차장은 꽤 넓게 마련되어 있어. 그것도 제1주차장과 제2주차장... 이렇게 두 곳씩이나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영주 맛집이건만, 순흥전통묵집은 그 흔한 간판 하나 없다는 것이다. 허긴 모두들 이미 다 알고 있는데, 새삼스레 간판을 내걸 필요가 없기는 하다. 그러니 차를 세워놓고 그냥 이렇게 두 건물 사이로 나있는 골목처럼 보이는 길로 쑥 들어서면 순흥전통묵집과 마주치게 된다.
아, 위 사진 속 골목 왼쪽 집 담벼락에 영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안내판 밑으로 "순흥전통묵집"이라는 글씨가 보이기는 한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여기저기에 건물(?)들이 보이는데, 모두 "순흥전통묵집"의 매장으로 사용되는 것들이다. 아마도 손님이 늘어 소화가 불가능해질 때마다 한 채씩, 두 채씩 늘린 것 같은데, 지금은 대략 6채가량.
주방인데,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바삐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곳의 메뉴는 오직 한 가지, "전통묵밥"이 전부이다. 가격은 2024년 3월 현재 9,000원.
단일메뉴이다 보니 주문을 하면 바로(길어야 1분 이내) 서비스가 된다. 보다시피 묵밥과 함께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황태포(?) 무침이 반찬으로 나오는데. 세 가지 반찬이 모두 맛있다.
묵만 사진을 따로 찍었는데, 일단 도토리묵이나 창포묵이 아니라 메밀묵이다. 이곳 메밀묵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아서 그런지 잘 부서진다는 것, 그래서 매끈한 식감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메밀묵의 맛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아, 그리고 묵밥이 따뜻한 국물과 함께 제공되는 것 또한 조금은 특이한데, MSG 같은 인공조미료를 적게 사용하는지 먹고 나도 텁텁함이 거의 없다. 고명 또한 과하지 않고.
참고로 순흥이 메밀묵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이유를 잠깐 부기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때는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임금이 된 지 3년 되던 해, 수양대군의 동생인 금성대군(錦城大君)이 단종의 복위 운동을 순흥부사 및 사육신 등과 도모하다 관노의 고변으로 발각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격노한 세조는 순흥부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지도에서도 지워버렸는데, 큰 화를 겨우 피해 목숨을 연명했던 순흥 사람들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을 키워 묵으로 만들어 연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순흥이 메밀묵으로 유명해지게 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