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자기 정보의 누출 문제에 관해 병적으로 민감하다는 것이다. 하여 독일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공원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아무 생각 없이 사진기에 손을 갖다 대어 보라. 그러면 틀림없이 그 아이의 부모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독일에서도 말만 잘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낼 수도 있는데, 이하에서는 내가 과년한 독일 처자들의 사진을 얻어냈던 다음의 경우가 그러하다.
첫 번째 사례는 내가 독일의 여자 모델들을 내 카메라에 담게 되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졌던 경우이다. 독일 남동부의 고도(古都) 레겐스부르크(Regensburg)의 대성당 벽면을 배경으로 그녀들을 향해 내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기회를 갖게 되리라고는 꿈에서 조차도 생각 못했었는데 말이다. 사진 속의 그녀들... 참 아름답다. 그러나 내 카메라 렌즈 속에 짧은 순간 비쳤던 그녀들의 모습은 이와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도대체 같은 사람이 렌즈 속에서는 어떻게 시시각각으로 그리도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해 낼 수 있는 것인지? 카메라 기자들이나 사진작가들이 연이어 플래쉬를 터뜨리는 이유를 체감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직업 모델답게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어느새 결코 범상치 않았던 포즈를 취해 주었던 이들에게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 친구가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처자인데, 오래전의 일인지라 이름과 나이도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짙은 화장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일지 모르지만, 20대에 갓 들어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래 사진 속의 모델과는 직접 이야기를 나눈 바 없고, 사진 촬영에 동의는 해 주었을 쭌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나처럼 독일 모델들을 사진기 속에 담아 보고 싶은 분이 계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진을 얻게 된 과정을 모두 여기서 이야기할 수는 없는데, 한가지 확실한 것은이런 천재일우의 기회가 하늘에서 거저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히 해두기로 한다.
두 번째 사례는 하노버(Hanover)의 마르크트 할레(Markthalle, 쇼핑몰쯤으로 생각하면 된다)에 있는 치즈 가게 여직원을 사진에 담았던 경우이다. 유럽사람들의 치즈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치즈 가게라고 하려면 적어도 이런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다종다양한 치즈들을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일하신 분들 또한 다수인 것이 보통이고. 그런데 이곳 하노버 마르크트할레의 치즈 가게는 일하시는 분들이 다른 곳과 확연히 대비될 정도로 깔끔한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심지어 타이까지...) 특이했다. 하여 유니폼에 이끌려 치즈 가게로 다가가다가, 그만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는 발걸음이 거의 접착제 수준이 되어 버려 그곳을 떠나지를 못했다.
위 사진 속 왼쪽에 있는 여인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주인공인데, 이처럼 건강하고 청순미가 넘쳐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주친절했다. 내 더듬거리는 독일어를 알아듣고는 기꺼이 사진 촬영에 동의해 주고, 아래 사진을 위하여 치즈를 한 덩이 집어드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았으며, 나름 포즈를 잡아 주기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여성적 매력으로는 앞에서 보여 준 독일 모델들이 한수 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머리의 한편에 각인되어 있는 것은 치즈를 들고 포즈를 취해 준 치즈 가게의 여점원이다. 이러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방법? 우리네 어른들도 이미 알고 계셨던 말을 떠올리면 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