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슈타트 "비텐베르크(Wittenberg)"

그 9 - 루터의 떡갈나무(Luthereiche)

by 깨달음의 샘물

1517년 루터(Martin Luther, 1483~1546)가 교황 레오 10세의 면죄부 판매에 대한 95개조의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성교회의 문에 내건 것은 종교개혁의 불길을 타오르게 만든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상징성으로만 놓고 보면 (종교개혁의 역사에 있어) 그 못지 않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도 있는 사건이 있는데, 1520년에 루터가 자신을 파문하는 교황 레오 10세의 파문칙령(破門勅令, Bannandrohungsbulle)을 교회법전(Kirchengesetzbuch)과 함께 불태워버린 사건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는 "루터의 떡갈나무(Luthereiche)"가 있는 곳이다. 아, Luthereiche는 Luther + Eiche(떡갈나무)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아, 2012년 3월 로마교황청은 교황청기밀문서보관소 설립 400주년을 맞아 그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수백년간의 역사를 담은 기밀문서 100여점의 원본을 사상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는데, 여기에 가톨릭에 맞서 개신교의 등장을 가져온 루터에 대한 파문칙령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기밀문서 공개에 대하여는 아래 사이트를 참조하면 되는데, 아쉽게도 이 곳에도 루터에 대한 파문칙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루터의 떡갈나무에 관하여 소개하고 있는 글의 대부분은 "루터가 (원래 그곳에 있던) 떡갈나무 밑에서 파문칙령을 불태웠다"라고 되어 있는데, 드물게는 "루터가 파문칙령을 불태우고 나서 떡갈나무를 심었다"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가 보는 떡갈나무는 루터가 그 밑에서 파문칙령을 불태우거나 루터가 심은 나무가 아니라, 1830년 6월 25일에 "아우그스부르크 신앙고백(Augsburgische Konfession)" 30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이 심은 것이다. 아, 새로이 떡갈나무를 심은 이유는 자유전쟁(Freiheitskrieg) 때인 1813년에 프랑스군이 종전의 나무를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아, 아우그스부르크 신앙고백은 종교개혁이 진행되던 1530년에 아우크스부르크 제국회의에 제출한 루터교회 제후세력과 제국자유도시의 신앙고백으로, 루터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한 멜란히톤(Melanchthon, 1497~1560)이 기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우그스부르크 신앙고백에 관해 자세한 것은 아래 사이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이제 루터의 떡갈나무를 만나러 가보기로 하겠다. 루터의 떡갈나무는 콜레기엔 거리(Kollegienstraße)에 있는 루터의 집에서 뷔텐베르크를 둘러싸고 있는 환상도로인 쿠어퓌르스텐링(Kurfürstenring)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만나게 되는데, 위 지도상에 초록색 4번으로 표시되어 있다.

위 지도상에 루터의 떡갈나무라고 표시된 지점에서 찍은 사진인데, 보다시피 (잘은 모르겠지만) 모두 떡갈나무처럼 보이는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저들 나무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아우그스부르크 신앙고백 300주년을 기념하여 심은 떡갈나무인지를 단언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여러가지 정황상 사진 왼쪽의 길가에 있는 제일 높은 나무가 루터의 떡갈나무일 확률이 높다. 내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1830년에 아우그스부르크 신앙고백 300주년을 기념하여 심은 것이라면 수령이 2백살에 이르는데, 그 정도의 나이를 가진 나무라면 저정도의 높이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이 나무 밑에 있는 비석 또한 그런 판단을 가능케 하는 데 일조하는데, 이 비석에는 "1520년 12월 10일의 루터의 행동을 기억하기 위하여..."라고 새겨져 있어. 1520년 12월 10일이라면, 루터가 교황의 파문칙령을 불태워버린 그날이다.

루터의 떡갈나무 옆에는 이렇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루터의 떡갈나무 뒤쪽에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이곳에도 돌로 만들어진 조형물(분수?)이 있고, 주변에 커다란 나무들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를 루터의 떡갈나무로 소개하고 있는 분들도 계시다.

지금까지 내가 루터의 떡갈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보여준 사진들은 내가 처음 비텐베르크를 찾았던 2011년의 사진들이다. 2023년 내가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이곳은 전면적인 리노베이션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일대가 전면 정비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여러분들이 훗날 이곳을 찾을 때는 아마도 내가 한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keyword
이전 08화루터슈타트 "비텐베르크(Witten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