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가족]ep30.베개가 젖는 밤

7년 후, 다시 검사대 앞에서

by 봉순이


유방암 수술을 한 지 7년이 됐다. 사람들은 5년이 지나면 완치라고 했다. 병원에서도 매년 "깨끗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는 '암 환자'라는 꼬리표를 슬슬 떼어낼 수 있겠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지난주 마지막 정기검진을 받았다. CT와 유방 초음파, PET-CT까지 찍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장담했다. 의례적인 절차쯤으로 생각하며 결과를 가볍게 기다렸다.


작년에는 의사를 만나 1분도 안 돼 진료실에서 나왔었다. 이번에도 30초면 끝나겠지 싶어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내 차트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위아래로 다시 들여다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집안에 유방암 가족력 있으세요?"

유방암은 없다고 하자 잠시 차트를 다시 보더니 말했다.


"작년까지는 없었는데… 왼쪽에 모양이 좋지 않은 게 두 개 보이네요. 최대한 빨리 조직검사를 해봐야겠습니다."


조직검사는 2주 뒤. 결과는 그다음 주. 4월 3일, 그날 알게 된다.

지금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다. 조금 떨린다. 아니, 많이 떨린다.

다시 암이라면 얼마나 전이됐을까. 그 힘들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인생은 정말 이렇게 돌고 도는 걸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는데 나는 자꾸 멀리, 아주 멀리 가 있다.


조용히 앉아 있는데 베개가 조금씩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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