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 후, 남자 같은 나. 그리고 살림의 신, 우리 남편. 이 집엔 남자
내 나이 아직 오십이 안 되었건만, 완경을 했다. 얼굴에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더니, 식은땀까지 흘렀다. 몸도 마음도 참 많은 일을 겪었고, 이제는 생리도 오지 않는다.
그 순간부터 나 스스로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물리적으로 남자가 된 기분이랄까.
그런데 우리 집에는 진짜 남자 한 명이 더 산다. 남자 같지 않은, 주부 같은 남자.
주말이면 마트와 텃밭을 오가며 일주일 식재료를 장만하고, 아침이면 따뜻한 밥과 국을 차려낸다. 냉동실에는 정성스레 손질한 반찬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식사 후엔 설거지와 부엌 정리,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깔끔히 마무리하는 남편.
나는 그를 보며 문득 생각한다.
“지금 내가 남편이고, 남편이 아내인 건가…?”
신혼 초, 전라도 보성이 고향인 남편은 시엄니의 음식 솜씨를 내게서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서울 토박이라,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햄을 굽거나 라면을 끓이는 정도였다.
시엄니의 된장국과 동치미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그러다 남편이 시엄니께 “우리 집 사람은 집안일을 못해요”라며 고자질을 했다고 한다.
그때 시엄니가 하신 말씀.
“이놈아, 잘하는 놈이 하면 되지 뭐가 문제여. 너가 혀.”
울 시엄니 말씀, 진리 아닌가.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떤가.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거지.
나는 오늘도 주부 9단 남편이 차려준 저녁밥을 맛있게 먹는다.
“신랑님~ 짱 맛있어요. 내일도 또 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