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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세계관

세상은 두 종류로 나뉜다, 먹을 수 있냐 없냐로

by 봉순이



해리 포터에게는 마법이 존재하고 호그와트가 있는 세계가 있다.
마블 히어로들은 같은 우주 안에서 활동하는 마블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아주 특별한 세계관이 있다.


얼마 전, 남편과 산책을 하다가 산책길에서 오리를 보았다.


“어머, 오리다! 저 조그만 오리발로 열심히 헤엄치는 것 좀 봐. 아, 귀여워~”
내가 감탄하자 남편은 무심히 말했다.


“안주가 다니는군.”

...도대체, 저 사람 왜 저러는 걸까.


며칠 뒤엔 집에서 벌레 한 마리가 기어가는 걸 보고
나는 까무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꺄악! 벌레다아아!!”


그 모습을 본 남편은 태연하게 말했다.

“단백질이야. 먹어도 돼.”


그리고는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덧붙였다.


“세상은 두 종류로 나뉘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세상을 이렇게 단순화하고 압축해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완성한 남편.


가끔은 그의 뇌를 열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도대체 거기엔 뭐가 들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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