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D-30
알았다! 왼쪽 무릎이 계속 아픈 이유를 드디어 알았다.
오늘도 비가 내려 트레드밀 위에서 달렸다. 편집자와 사회자가 책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뛰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1km 더 뛰어야지.
트레드밀 전광판의 거리 표시는 믿고 싶지 않을 만큼 더디게 올라갔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달리는데 전광판, 지금 장난합니까!
전원이 꺼진 TV 모니터는 내 얼굴을 비추었다. 발이 트레드밀에 닿을 때마다 볼살이 미세하게 떨렸다. 짧은 머리는 뛰어오를 때마다 공중으로 떴다 가라앉는 게 꼭 만화 속 가발 쓴 사람이 깜짝 놀랐을 때의 모습 같기도 했다. 달릴 때 내 모습이 이렇구나.
트레드밀 앞쪽 작은 유리창에 나의 두 발이 비쳤다. 여전히 엉덩이 쪽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조그만 원만 그리는 롤링. 그런데 잠깐, 나 왜 왼쪽에 붙어있어?
분명 중앙에서 달리기 시작했는데 왼편에서 뛰고 있었다. 중앙으로 돌아와 내가 어떻게 달리는지 유심히 살피며 뛰었다. 어라? 또 왼쪽으로 가는데? 이번엔 중앙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신경 쓰며 달려봤다. 맙소사, 왼쪽으로 몸이 살짝 기울었다. 몸을 바로 세웠더니 바로 왼쪽 무릎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니까 나는 달리는 동안 무게중심을 왼쪽에 좀 더 실었던 것이다.
균형.
고를 균, 저울 형.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집착하지도 않는 밸런스.
사람과의 관계에서가 가장 어렵다. 아무래도 예쁜 짓 하는 사람에게 사랑 주기 마련이고, 나와 다른 사람에게는 마음 내주고 싶지 않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뭐라도 더 주고 싶고, 내게 삐딱한 사람에게는 더 뾰족하게 맞서고 싶고, 매력적인 사람은 나 혼자 차지하고 싶으니까.
나를 둘러싼, 나에게 닿아있는 모든 이들을 고른 마음으로 대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한쪽으로만 향한 마음으로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없고, 오래 이어질 수도 없다는 것을 겪으며 배워가고 있으니 유리창에 비친 발을 보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종종 마음을 들여다보며 치우친 힘을 슬며시 빼는 방법 정도는 익혀야 할 것 같다.
샤워를 하고 왼쪽 무릎에 안티푸라민을 바르며 해 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