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D-63
새벽에는 밖에서 뛴다. 해가 불타듯 쨍하지 않아서 좋고, 그 날 그 날 마음대로 코스를 바꿀 수 있어서 좋고, 길에 사람도 차도 없어서 좋다. 눈도 참 시원하다. 답답한 체육관 안에서 트레드밀의 작은 전광판만 보며 달리다 밖으로 나오면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내 몸이 살아있음을, 세상과 내가 함께 있음을 감각한다. 기분 좋다.
어젯밤엔 오늘의 새벽 달리기를 포기하고 잠에 들었다. 평창에 다녀온 데다 회사에 들러 늦게 들어오기까지 했고 오늘 아침 8시에 일정이 있어 알람을 맞춰두지 않았다. 아쉽지만 무리하지 말고 체육관에서 조금만 뛰는 게 좋겠어.
그런데 짜잔! 5시 반에 눈이 반짝! 이건 뭐 어쩔 수 없지. 달려야지 어쩌겠어? 일찍 깬 아쉬움의 어깨춤(?)을 추며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스트레칭을 한 뒤 밖으로 나갔다.
마라톤 대회는 10km를 1시간 반 안에 완주해야 한다. 지금 5km를 40분에 뛰니 곱하기 2를 하면... 안 된다.
2.5km쯤 뛰면 유혹이 시작된다. 한 번에 2킬로를 넘기다니, 헥헥, 내 수준에 이 정도면, 헥헥, 선방했어, 헥헥, 30초만 걸을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더 달려본다. 3.5km쯤 뛰면 갈등이 시작된다. 헥헥, 얼추 헥헥, 30분은, 헥헥, 뛰지 않았나, 헥헥, 그만 뛸까, 헥헥, 아니 그래도 저만큼 가면, 헥헥, 4킬로 될 거 같은데, 헥헥, 아니 근데 너무 힘들어, 헥헥, 조금만 걸을까?
오늘은 갈등이 시작된 시점에서 마침 우레탄이 깔린 달리기 트랙이 나왔다. 오! 반가운 마음에 흔들리던 마음 따위 집어던지고 속도를 높여 신나게 달렸다. 팔치기도 힘차게, 다리도 쭉쭉 뻗고,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쌩쌩!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할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시더니 대뜸,
"뛰어야 될 텐데."
"예?"
"아니, 그러지 말고 뛰어야지!"
아니, 할아버지. 저 뛰....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