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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smilewriter Apr 17. 2024

보이스 9

사건의 시작

아라는 일하는 곳의 아가씨가 부탁한 일이 있어 서울에 왔다. 새벽에 일어나 택시 타고 역에 도착했다. 한 시간 사십 분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도착한 이후 내 모습은 그야말로 시골에서 상경한 생쥐 같았다. 휴대전화의 길 찾기로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탄 후 다시 버스 타고 관악구에 예약해 놓은 숙소에 도착했다. 다음 날 아침 버스를 타고 아가씨가 부탁한 일을 12시간 정도 했다. 폐업한 세 군데 병원과 병원 원장님의 행방에 대해 여기저기 다니며 알아보고 저녁에 숙소 가는 버스를 탔다. 번호는 맞는데 뭔가 이상하다. 그 버스는 내가 원하는 장소에 가지 않는 버스였다. 다시 내려 다음 버스를 탔는데 버스카드를 몇 번 결제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버스 안은 이미 만원이라 아라는 사방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샌드위치 사이에 든 햄 같았다. 20분 정도를 그 상태로 움직이지 못했더니 허리와 어깨의 통증이 심해졌다. 하차하자마자 움츠려져 있던 몸을 비틀어 움직였다. 두둑 소리와 함께 뒤틀린 부위가 이제 바로 선 것 같다. 원래 버스 안에서 내린 후 숙소 가는 길 찾기 검색하려 했는데, 온몸이 끼인 채 겨우 견디기만 해서 불가능했다. 내린 후 휴대전화를 꺼내 검색했다. 아라는 길치, 방향치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걸으며 숙소 찾는다고 용쓰다 결국 숙소에 전화했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숙소 주인의 설명 소리도 잘 안 들렸고, 찾기도 어려웠다. 알아서 찾아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검색창에 뜬 숙소의 상세 길 찾기, 지도 등을 눌러 헤맨 후 드디어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였다. 타지에 여자 혼자 숙소 왔다는 사실을 인지하니 살짝 두려웠다. 방에 들어가서 이중잠금장치를 걸었다. 씻고 누웠다.

잠시 방에 있다 보니 심심했다. 힘들게 온 서울인데 밋밋하게 잠만 자는 건 아닌 듯하다. 검색해서 숙소 근처 음악감상 하는 펍을 찾았다. 가지 말까 고민하다 타지에서 심심한 것보다 약간의 모험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라가 도착하기 전 이미 자리 잡고 앉아 술 마시던 중년의 두 남자가 신청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둘 중 한 명은 혀가 꼬였는데, 자꾸 한 잔 더 시키자 한다. 많이 취한 한 명은 흥에 겨웠는지 주인을 향해 엄지척을 몇 번 한다. 아라는 음악과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맥주 한 병을 시켰다.

매일 아침, 일하러 갈 때 아라는 자가용을 탄다. 타면서 다른 차, 지나가는 사람들, 운전자의 모습 등을 관찰한다. 가끔 타는 지하철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어 관찰하기에 정신없다. 뭔가에 몰입하는 사람, 굉장히 바빠 보이는 사람, 본인처럼 길을 잘 몰라 지하철노선도를 뚫어져라 보는 사람, 둘이 타서 뭐가 재미있는지 내내 웃는 사람, 기분 안 좋은 일 있는지 미간에 힘주고 과묵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나이 드신 분 중에는 자리를 비켜줄 만한 마음이 살짝 여리거나 노약자에게 양보 안 하고 앉았다는 양심에 찔릴 만한 사람 앞에 서서 눈치를 주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일어난다.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
"아이고, 난 괜찮은데. 난 서있는 거 좋은데 나이 많다고 앉아 있는 젊은 분들이 불편해하니 앉아야겠네."
"전 금방 내립니다. 앉아서 편안히 가세요."
지하철에서는 시간이 금방 간다. 아라는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보며 상상하는 걸 즐겨한다.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지 생각해 본다.
어떤 감정과 사고를 갖고 있으며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는지 잠깐 상상해 보는 걸 즐겨한다.

아라는 평소 카페에서 가게유리창 바깥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 같은 카페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혼자 사색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 타인이 대화하거나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들의 삶에 대해 잠시 상상해 본다.
버스, 지하철, 거리 어디에 있든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식당이나 카페 등 같은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 직장 동료들을 만난다.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블로그나 SNS에서 얼굴이나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정보나 그들의 감정, 생활을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매일 보는 가족이나 직장 동료는 아니지만 아라가 쓴 글을 보고 아라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서 더 잘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아라는 어떤 때에는 본인보다 더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 같아 신기할 때도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든 그들의 마음을 전하고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이든 그들의 삶에 대해 잠깐씩 상상해 본 다. 무슨 꿈을 꾸고 어디로 가는지, 어디서 일하고 취미는 무엇인지 등 잠시 생각해 본다.
'내가 상상한 모든 사람의 삶이 내 상상과 얼마나 닮았을까?'
'그들은 나를 보면 무슨 상상을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라는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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