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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분실물 박물관_마리나 사에스

by 땡글킴

물건 많이 잃어버리시나요?

너는 어릴 때부터 잃어버리기 대장이었는데요. 물건을 아무 데나 둔다며 잔소리하시던 아빠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무줄, 볼펜은 뭐 매일매일 잃어버리는 것 같고요. 지갑, 핸드폰 같은 중요한 물건도 두 번 이상 잃어버렸었답니다. 감사하게도 찾은 물건도 영영 찾지 못한 물건도 있습니다. 아직도 마음이 아프네요.


'분실물 박물관'

제목을 보자마자 잃어버리기 대장인 제게 경고하는 것 같아 읽을까 말까 고민이 된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어떤 이야기를 다룰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읽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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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나는 분실물은 중학교 때 산 새 휴대폰이었습니다. 아직도 눈에 선한 '어머나 폰 2'인데요. 당시에 너무나도 갖고 싶어서 시험을 잘 보면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산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잃어버렸답니다. 친구와 놀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잃어버린 것을 알아채고선 찾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길에서 한 번 본 기억은 나는데 그 이후로 가방에 넣는다는 것을 바닥에 떨어트린 것 같았습니다. 그 길을 정말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화면 캡처 2025-04-03 152820.png


어떻게 산 휴대폰인데... 몇 년 만에 바꾼 휴대폰인데... 며칠도 안돼서 잃어버리다니 정말 정말스러웠습니다. 이십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집에 돌아와서 뚝뚝 눈물을 흘리며 엄마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슬퍼하는 저를 보며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울지 마. 엄마는 네가 휴대폰 잃어버린 것보다 우는 게 더 속상해."


저는 휴대폰은 잃어버렸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엄마의 마음을 알고 엄마의 사랑을 평생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감동이 남아있는데요. 저희 엄마 정말 멋지죠?


책에서는 물건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머리카락, 시간, 인내심, 색깔 그리고 주인을 잃어버린 반려동물까지 '분실'의 주제는 참 다양합니다. 책 제목을 보고 물건만 떠올렸던 분실했던 물건뿐만 아니라 내가 잃어버린 것은 또 무엇이 있을지 떠올려보았습니다.


제가 최근에 잃어버린 것은 '산책'입니다. 따뜻하면 미세먼지가 많고 미세먼지가 좋음인 날에는 날씨가 추워서 산책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도 있으니 춥거나 미세먼지가 많으면 아무래도 야외활동이 꺼려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카페에서 조용히 낙서하고 이것저것 끄적였던 시간'도 잃어버렸습니다. 워킹맘이다 보니 주말이면 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이 조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분실물 박물관에 가면 산책과 잃어버린 제 시간이 남아있을까요? 언젠가는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반대로 잃어버려서 더 나은 것도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건 잃어버리는 게 더 나을 때도 있어. 두려움 같은 것들 말이야.'

저도 다시 찾고 싶지 않은 흑역사도 있고요. 낯가림은 성향이 예전보다 많이 사라져서 그것도 다시 찾고 싶지 않네요.


독자분들이 잃어버리신 것은 무엇인가요? 또 잃어버리고 싶은 것도 있나요? 있으시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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