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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글킴 Mar 23. 2024

4. 임신이 벼슬이면 이렇게 힘들까.

임신했다고 부리는 유세가 아니야.

스마트폰은 임신한 걸 알았는지 내 SNS에 임신, 육아 관련 피드가 많이 뜬다. 정말 소름 돋는다.


원래도 각종 경험담을 알려주는 피드를 좋아하는데 언제부턴가 임신 또는 육아와 관련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뜬다. 물론 그런 계정은 행복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누군가가 욕할만할 이야기가 대부분이기는 하다. 임신과 관련해서는 ‘임신이 유세냐, 벼슬이냐’ 같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임산부들이 모인 카페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하소연이 많이 올라온다.


 내용은 정말 뻔하다.

 1) 임신 중 갑자기 당기는 음식 사 와 달라고 했다가 이런 이야기 들었어요.

 - 힘들게 일하고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또 나갔다오라고 하고 싶을까?

 2) 지하철 임산부석 왜 비워두지 않나요?

  - 말 그대로 '배려석'입니다.

    배려지 권리가 아니에요.

3) 근로단축시간, 육아휴직 쓴다고 하니 분위기가 안 좋아요.

  - 본인들 선택인데

    왜 회사와 동료가 피해봐야 하나요?


임신은 벼슬이 절대 아니다.

임신이 벼슬이면 이렇게 힘들까?


임신이 아니라면 겪어보지 못할 증상들이 있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임신기간을 보냈거나 경험이 없으신 분들은 임산부에게 필요한 도움과 배려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겉으로라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좋겠다. 내 나름의 바람을 담아 이해하기 어려우신 분들께 몇 자 남겨본다.


아내의 임신으로 힘든 남편들께.

  ‘아내는 지금 투잡을 하고 있구나. 그중에서도 내가 절대 대신해 줄 수 없는 몸으로 하는 노동을 24시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8시간 근무하는 직장도 힘들고 그래서 직장에서 힘들다고 하소연도 하고 그러잖아요. 투잡, 그것도 24시간 하고 있는 투잡이니 얼마나 힘들까요? 그런데 그걸 벼슬이냐고 하는 건 정말 야속합니다.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 눈물 나도록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그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거 알아요. 임신하기 전에는 저도 몰랐으니까. 머리로는 절대 이해 안 되지만 그런 날이 있답니다. 열 달 동안 몇 번이나 그러겠어요. 열 달 동안의 임신기간도 버티는 부인을 위해 다정한 말과 함께 몇 번 고생 좀 해주세요.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신 비임산부들께.

 배려석이란 단어만 들으면 배려해 주는 자리지 앉으면 안 되는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노약자석 역시 배려석이지만 우리 모두 당연하게 비워놓는 것처럼 임산부 배려석도 비워놓아 주시면 어떨까요? 저도 임신 전에는 오시면 비켜드리면 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임신을 하고 보니 앉아있는 분께 나와달라는 시그널을 보내기가 참 민망하더라고요. 임산부 배지나 내 배를 보고 비켜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했지만 눈 감고 계신 분들은 임산부가 와도 비켜줄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 참 씁쓸했습니다. 애써 '내 편견이다, 저분도 임산부이실 수 있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 직장과 관련한 문제는 따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임신은 선택이다. 출생률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점점 임신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경험에 보지 않으면 모르기에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는 배려는 점점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꼭 임산부라서가 아니더라도 현재 몸이 많이 불편한 사람에게 도움과 배려를 준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 오늘 드디어 출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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