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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비 Jun 20. 2023

나의 인생음식 @못골

#1. 당신의 인생 음식은 무엇인가요?

업무차 자주 중국을 다녀오는 친구에게 물었다. "중국 가니 무슨 음식이 제일 그립더노?" 씨-익 웃으면서 “국밥! 돼지국밥”하며 “국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서울사람들은 돼지라는 산짐승의 이름을 따와서 음식이름에 붙인 거친 느낌의 선입견 때문에 이 음식을 싫어해서인지 서울에는 귀하다. 돼지국밥은 밀면, 완당과 더불어 부산의 대표적 향토음식이다. 부산에는 서면시장에 송정국밥, 해운대 신창국밥, 양산돼지국밥, 밀양 돼지 국밥, 용호동 합천 돼지 국밥집 등 쟁쟁한 국밥집이 많이 있다. 영주동 시장에 있는 국밥집에 가면 뜨거워서 입이 데일 정도의 열 올린 국밥이 나온다. 부추를 넣으면 즉시 녹아 버린다. 뿌옇게 뼈에서 우러나온 뜨거운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속에 넣으면 쿰쿰한 국밥 특유의 독특한 향과 함께 구수한 맛이 목구멍을 즐겁게 한다. 뜨거운 맛도 한 맛이라고 후후- 국물을 불며, 특히 겨울에 먹으면 따스한 온기와 함께 느껴지는 구수함은 그저 그만이다. 언제나 누구라도 함께 먹는 돼지국밥에는 얼큰한 소주나 탁주를 반주로 곁들인다. 술은 마시고 싶은데 적당한 안주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밥은 빼고 국만 주문을 하여 안주삼아 먹으면 실비의 안주를 겸할 수 있다.


때로 국밥집에서 계산을 하려고 하면 옆자리에 아는 분이 먼저 먹고 함께 계산을 하고 나갔다고 한다. 갑자기 횡재 한 듯 마음이 매우 즐거워진다. 크게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친구에게 생색내기도 그저 그만이다. 그래서 우리도 옆 좌석에 아는 친구들이 식사를 하고 있으면 그들 것까지 같이 계산을 하고 큰 선심 쓴 듯 한 기분을 내며 나온다. 사 주고 신세지고 하는 서민들의 음식이다.


4월 1일 정관 곰네제를 넘어 일광산으로 하여 만화리까지 내려오는 3만5천보 정도를 걸었다. 함께 걷는 도반 4명은 자기 학대에 미친 사람들 같다. 걷고 또 걷고 급경사진 산비탈을 긴장하여 내려오면서 온몸이 거의 누더기가 되어 있다. 지친 그 몸에 다시 1만보 정도의 기장 만화리에서 교리를 거쳐 기장 시장까지 걷는다. 지쳐 허물거리는 몸으로 기장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큰 길 건너 기장 시장을 들어서니 오른쪽에 기장 국밥집이 있다. 앞에 가는 친구가 물어보지도 않고 약속이라도 해 놓은 듯 자연스레 이 식당으로 들어가서 돼지 국밥을 주문한다. 미리 예약이라도 한 듯 뒤따라 친구들이 자연스레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왜 이 식당에 왔느냐고 아무도 묻지를 않는다. 해운대에는 1만원하는데 가격도 착하여 7500원이다. 5그릇 주문을 하니 “술은?” 하고 직원이 묻는다. “대선 소주 1병!” “1병만입니까?”하고 의아한 듯 되묻는다. 1사람이 소주 1병을 쉽게 마시는데 5명이 1병을 시키니 미덥지 않는지 재차 묻는다. “1병요?” “건너 테이블 일행 아저씨 3명은 술 마시면 졸도하는 사람들이니 이 테이블만 1병 주시오” 하고 재차 확인 겸 주문을 한다. 함께 걸은 도반들 얼굴에 피로가 겹쳐 모두 쓰러질 상이다. 주문시에는 우스갯소리로 순수돼지국밥(순수파), 내장과 고기 섞어 국밥(잡탕파), 고기 아닌 순대만국밥(순대파)등 입맛에 따라 파벌이 형성되기도 한다.


 음식 DNA 전달이 제대로 되었나보다! 둘째 딸 역시 서울 생활을 하다가 부산에 오면 가장 먼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돼지 국밥이다. 손녀는 국에 밥을 말아주면 그릇 바닥을 위로 쳐들고 입에 쏟아 넣는다. 옆에 손님들이 보고 큰소리로 웃는다. 밀양돼지국밥집은 현직에 있을때부터 출입하여 퇴직하고 아이들이 결혼하고 손녀를 낳고 하는 과정을 사장님이 함께 지켜보았다. 그래서 옹알이하는 손녀를 데리고 가면 손녀 몫으로 작은 국밥 1그릇을 덤으로 곁들여 주셨다.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제법 어린이 티가 난다. 식당 사장님이 보고는 “야! 정말 많이 컸네!” 하며 자신이 키운 듯 반가움 가득한 웃음을 보낸다. 손녀는 국밥과 함께 자란 듯하다.


단골 국밥집에 가면 가끔 서비스로 수육처럼 얇게 썰어진 돼지 간댕이와 깨섞인 소금이 나온다. 텁텁한 맛과 함께 소주 한 잔을 들이키면 그 또한 일품이다. 먹으며 늘 하는 말 “간댕이 작은 우리는 이 간으로 간댕이를 키울 필요가 있어!”라는 말도 곁들인다.


살아가며 누구하고든지 부담없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돼지국밥을 나의 인생음식으로 든다. 나에게는 횟수로, 맛으로, 값으로, 그리고 안주로 가장 으뜸의 인생음식이다.


[#1. 당신의 인생 음식은 무엇인가요?]  

 - 아버지 못골의 글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ddbee/16

 - 딸 흔희의 글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ddbee/14

 - 딸 아난의 글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ddbee/15


70대 아버지와 30대 두 딸이 모여 같은 주제의 글을 써내려가는 뉴스레터 땡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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