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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비 Nov 25. 2023

깡깡이 마을에서 @못골

#8. 골목


골목 문앞 마다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할아버지 뭐해? 사진 찍어? 자전거 찍어?“

"응! 그래!"

-“왜 자전거 찍어?”

"자전거가 예뻐서"

-“자전거만 찍어?”

"응! 그래!"

-“우리 동네 자전거 많은데......”


그러면서 혼자서 지루했는데 할아버지를 잘 만났다는 표정으로 따라붙는다.

"이름이 뭐야?"

-“이낙원이야!”

"오! 이름이 예쁘구나! 알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을 보니 낙원이는 똑똑한 어린이인가 봐!"


그 말에 낙원이 얼굴에 엷은 웃음이 스친다.

계속 따라붙으면서 스스로 사진 속으로 들어오고 싶어 한다.

얼마나 지겹고 재미가 없을까?

하루 종일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낙원이를 생각해본다.


-“할아버지는 집이 어디야? ”

"구포야!"

(삭막한 괴물 도시 해운대는 이 심성 고운 어린이에게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일부러 예스러운 지역을 말한다.)

-“구포는 멀어? 어떻게 왔어?”(이야기를 이어보려 건성으로 묻는다)

"전철타고 왔어"


용왕당을 돌아 골목 끝으로 나오자 낙원이 슬며시 뒤쳐진다.

멀어져 가는 나를 아쉬워하며

더 따라오지 못하고 운동기구에 달라붙어서 손을 흔들고 있다.

갑자기 낙원의 외로움이 내게로 옮겨온다.

되돌아가서

낙원이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다.

까닭 모를 슬픔이 인다.


낙원이

한참을 다시 따라오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생각 깊은 눈빛만 보낸다.


참 이상한 일이다. 순간에 만난 아이인데도 며칠 동안 생각이 난다.

과자 하나 사주고 올 걸 하는 후회와 함께

그냥 스쳐 버린 우연한 만남인데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자

돌아온 대답

"자네가 요즘 참 외로운가 봐!"




[#8. 골목]  

 - 아버지 못골 글 보러가기 : 깡깡이 마을에서 https://brunch.co.kr/@ddbee/41

 - 딸 흔희의 글 보러가기 : 골목의 주인 https://brunch.co.kr/@ddbee/42

 - 딸 아난의 글 보러가기 : 골목 https://brunch.co.kr/@ddbee/43


70대 아버지와 30대 두 딸이 모여 같은 주제의 글을 써내려가는 뉴스레터 땡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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