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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YJ)직장 삼락(三樂)

직장은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다 <드라마 미생의 대사>

"직장은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다."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대사다. <Quiet>의 저자 수전 케인은 '직장에서 승진은 원하는 삶이 아니라 감수하는 삶이다'라고 말했다. 펜데믹 확산 이후 자영업도 어렵고, 실업률도 치솟다 보니 퇴직한 선배들 대부분이 어떻게든 직장에 붙어 있으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지긋지긋한 직장인의 삶을 끝내고 자기만의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걸 꿈꾼다. 조직 생활에서 유발되는 스트레스로부터의 탈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대한민국에서 봉급쟁이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심하게 공감을 했던 적이 있다. 사회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소시민인 봉급쟁이로 살아가려면 봉급쟁이로서의 철학과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그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잠깐만 쪽팔리면 만사가 편하다', '오래 있는 게 복수다' 등 직장인에게 실로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지혜가 담겨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대목은 바로 '오래 있는 게 복수다'이다. 특히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업무가 아니라 아니라 나하고 맞지 않는 상사를 만나는 때이다.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사람에게서 받은 스트레스에 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부하직원 입장에서 보면 스트레스 유발자(상사)가 떠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2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퇴사 사유 중 1위가 바로 '상사 갑질(21%)'이었고, 그다음이 '조직 분위기/복리후생(13%)', '연봉(12%)', '동료/직원(8%)' 순이었다. 직장인 5명 중 1명꼴로 상사와 동료를 비롯한 인간관계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사람'이 퇴사를 고민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퇴사를 고민한 직장인이 무려 91%에 달했다는 것이다.


상사는 어떻게 부하직원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과도한 업무 지시도 원인이겠지만 그 보다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부하직원의 인격을 깎아내림으로써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부하직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대에도 여전히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사들이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 혹시 나와 맞지 않는 상사 때문에 지독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직장인들이 있다면 위의 책에서 말한 '나는 봉급쟁이로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봉급쟁이 헌장을 가슴을 새기고 일에만 매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유통업계에 유명한 원칙이 있다. 바로 '선입선출'이다. 직장생활에 적용하면 나보다 먼저 입사하면 나보다 먼저 나간다는 말이다. 또한 그 상사도 나와 같은 봉급쟁이임을 잊지 말고, 평점심을 유지해야 한다. 상사가 싫다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지만, 주지스님이 떠나면 주지스님이 떠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바로 지혜로운 행동이다.


이상하게 선인들이 말한 속담처럼 세상의 이치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구관이 명관이다', '쓰레기차 피하면 똥차가 온다'가 바로 그것이다. 나하고 맞지 않는 상사를 떠나 다른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꼭 그 같은 유형의 상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이전 상사가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그러니 적(?) 같은 상사를 만났다면 다른 불필요한 생각은 접어두고, 오로지 업무에만 집중해야 한다. 참고 지내다 보면 미운 정도 들고, 또 적합도도 좋아질 수도 있고, 아니면 그놈이 가든 내가 가든 언젠가는 '회자정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강한 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종이 강한 것이다. 



하지만 지루하고 힘든 직장생활에도 나름 즐거움들이 있는데 우리가 평소 잘 깨닫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출장 다니면서 구경 다니고, 근무하면서 맛있는 점심 먹고, 봉급 받으면서 휴가를 즐기는 것을 '봉급쟁이의 삼락(三樂)' 즉, 직장삼락(職場三樂)이라고 하는데 제대로만 누리면 힘든 직장생활에서 큰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내용만 보면 직장생활을 그냥 날로 먹는 듯한 느낌까지 받는다. 하지만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출장 기간에는 출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지 않아도 되고, 보기 싫은 상사 얼굴도 안 볼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또한 맛있는 점심을 먹을 때 음식에만 집중하면 나름 식도락을 즐길 수도 있으며, 또한 휴가 기간에는 더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어찌 보면 직장삼락은 군자삼락보(君子三樂)다 더 한 수 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논어 계씨편에 보면 공자가 얘기한 '익자삼우 손자삼우(益者三友 損者三友)'란 말이 있다. 이로운 벗이 셋인데 '정직한 자', '성실한 자', '지식이 있는 자'가 바로 그것이며, 해로운 벗이 셋인데 '아첨하는 자', '줏대 없는 자', '말만 하는 자'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익자삼우든 손자삼우든 우리에게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교훈을 준다. 내게 이로운 자는 스승으로 모시면 되고, 내게 해로운 자는 내가 그렇게 하지 않도록 깨우침을 주기 때문이다. 


유리하고 불리한 상황 모두에서 우리는 자신을 성장시킬 수가 있다. 그래서 야무진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취할 것과 버릴 것',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네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은 과감하게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은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신체든 정신이든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상기한다. 셋째,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강화하는데 집중한다. 넷째, 타인에게 긍정적 마인드를 전염시킨다. 다섯째, 도움을 주고받는 인간관계를 확장한다. 


직장삼락은 바로 긍정적 마인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별다를 것 없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속확행'을 찾아 삶을 온전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어찌 보면 '프레임', '관점', '생각의 각도'를 바꿈으로써 삶을 보다 심플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면 마음을 근육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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