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단상) 스킬보다 더 중요한 감각을 키우는 방법

#일을 잘 한다는 것 #성과 내기 #업무 감각 #업무 스킬보다 중요한 것

by 미스틱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1930년대에 쓴 'Economic Possibility for our Grandchildren'이라는 글에서 2030년이 되면 살림살이가 8배 더 나아져 노동시간이 주당 15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루 3시간만 일을 하면 된다는 얘기죠.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고객의 니즈와 문제 또한 복잡해지고 고도화됨에 따라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갈수록 쌓이고, 새로운 문제들로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케인즈의 예언과 달리 현대 직장인들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기치로 이전보다 더 높은 노동 강도와 감정 노동,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노동 시간 또한 케인즈의 예언과 달리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성과를 낸다'는 것과 같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고객에게 '이 사람이라면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다. 이 사람이라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라는 신뢰를 받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고객이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평가하는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업무 능력이란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할 때의 기술을 넘어서는 개념이며, 이를 총칭해서 '감각'이라고 부른다." - 야마구치 슈·구스노키 겐, 《일을 잘한다는 것》-


일을 잘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야마구치 슈·구스노키 겐, 《일을 잘한다는 것》이란 책에서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감각(sense)는 기술(skill)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시간을 들여 길러야 하는 후천적 능력을 말합니다. 기술의 경우 재현성(再現性), 즉 방법을 알면 누구나 비슷한 결과를 내는 것인 반면 감각은 자신만의 고유한, 차별화된 능력을 말합니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은 곧 업무 감각이 탁월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한때 저는 일 년 정도 기업의 본사 임원으로 발령이 나서 제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업무능력을 발휘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팬데믹이 막 유행하던 시절이었고, 기업의 운명이 팬데믹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의해 결정되던, 매우 힘든 시기였습니다. 저 또한 하루하루 연명하면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던 때였죠. 원래 성과가 부진하면 현장 경영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만 희한하게 서류 업무만 더 증가하는, 그래서 현장경영이 더 약화되는 이해 못 할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혹시 내가 임원으로서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문득 생겼습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로렌트 피터 교수는 1969년 그의 저서 《Peter Priciple》에서 "유능한 사람을 승진시키다 보면 일을 감당할 수 없는 위치에까지 승진을 시켜 결국은 무능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렇게 무능화된 사람도 신분보장으로 인하여 그 자리에 머물게 돼 결국 모든 계층이 무능한 사람으로 채워질 수 있다."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를 '피터의 법칙(Peter's Principle)'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피터의 법칙에 따르면 수직적 계층 조직에서는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이 조직 내 고위직을 차지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왜 능력 없는 사람들만 임원이 되는지?'를 연구 결과로 설명한 셈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저도 무능한 사람임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임원들이 그런 건 아닙니다만 영업환경이 어려워질수록 논리와 이성보다는 감정과 불합리로 점철된 분노의 언어들을 입으로 토해내는 임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건 사실입니다.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저 또한 가정을 지키고, 적자생존의 세랭게티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 잔혹사 대열에 합류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 눈에 띈 책이 하나 있었는데 게 바로 야마구치 슈·구스노키 겐의 《일을 잘한다는 것》이란 책이었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씌여진 이 책은 사실 재미가 있거나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의 본질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갈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주어진 일이나 상사가 시킨 일을 잘하면 유능한 사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직급이 올라 관리자가 되면 그때부터는 업무 스킬보다는 직관의 영역인 업무 감각이 중요해지게 됩니다. 아래 내용은 업무 감각에 대한 핵심 내용만은 발췌했습니다. 함께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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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의 본질은 고객이 가진 문제와 불만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고객의 니즈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정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창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 가진 문제와 불만을 해결할 수 있다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아질 겁니다. 최근 베스트셀러인 자청 작가의 《역행자》 별책 부록에 나와있는 '곧바로 돈 버는 무자본 창업아이템' 또한 비즈니스의 본질에 매우 충실합니다.


예를 들어, '특수 이사 및 조립 출장 서비스'의 경우 가구나 운동기구, 조립식 창고, 행거 등은 중량이 나가거나 사이즈가 커서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청 작가가 제안안 창업 아이템입니다. 공구를 잘 다루지 못하거나 몸집이 작거나 힘이 없는 여성들의 경우 뭔가를 조립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봐도 1인 여성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고객이 가진 문제나 어려움을 해소하는 아주 훌륭한 사업 아이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 쿠팡에서 벌써 '로켓설치'라는 서비스를 별도로 론칭을 했다는 점입니다. 직접 매입한 로켓배송 상품들을 하우저라는 삼자물류(3PL)를 통해 배송부터 설치까지 대행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부재중이라도 비밀번호만 알려주면 위치까지 확인해 설치해 준다고 합니다. 당근마켓 또한 기존의 중고마켓과 달리 인근 지역에서 직접 만나 안전하게 직거래를 함으로써 거래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는 고객의 문제를 잘 해결한 플랫폼 비즈니스로 대박이 난 케이스입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비즈니스의 본질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겁니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vs 제너럴리스트(Generalist)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라고 불리는 실무자 단계에서는 정해진 업무 규칙이나 프로세스를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고 불리는 부장이나 임원급 단계에 오르면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를 넘어 업무에 순위를 매겨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고, 새로운 전략의 이니셔티브(initiative)의 도출과 실행은 물론 그에 따른 성과와 책임까지 져야 합니다.


하나의 인과관계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계라고 불리는 직장 생태계에서, 우리가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실무능력 이외에도 비장의 무기 또는 필살기 하나쯤은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문제 해결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 것'입니다.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관리자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업무 해결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아웃사이드 인(Outside in)'이 바로 그것이다. 아웃사이드 인은 외부 정보에서 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 반면 인사이드 아웃은 자신의 논리에서 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웃사이드 인은 외부 정보에서 답을 찾기 때문에 직관과 감에 따른 업무 개입이 거의 배제되어 전략의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인사이드 아웃은 자신의 논리에서 답을 찾기 때문에 직관과 감에 따른 업무 개입이 크며 전략의 수정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Hc5GEHpl94vLYTMwtjwJRmRmDig.png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포스터


인터넷이나 IT처럼 데이터를 중시하는 업계에서는 아웃사이드 인과 같은 사고방식이 흔합니다. 왜냐하면 기술발전이 인간의 사고를 아웃사이드 인의 방향으로 유도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웃사이드 인의 성향은 문제 해결에 대한 통찰력을 말살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를 나열해 선택지를 만들고 거기서 옳은 해답을 고르려고 하죠.


어떻게 보면 스스로 생각하기 귀찮고 번거롭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해 그 답을 알려고 하는 것입니다. 사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어떻게 하더라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2008년 리먼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수많은 금융기관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경제 예측 자료에는 위기(risk)에 관한 경고가 거의 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08년의 세계 경제 동향을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했죠. 물론 일부 위험하다는 자료도 있었지만 극소수라 무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전문가의 예측과 달리 2008년 미국에서 대규모 금융위기가 일어났고, 그 여파로 세계경제 또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결국 '월가의 이단아' 나심 탈레브가 예견했던 것처럼 '블랙 스완(black swan)' 현상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 후 잘못된 예측을 내놓은 수많은 전문가들은 '내 그럴 줄 알았다(I knew it would happen)'라고 뒷북을 치며 '사후 확신 편향(hindsight ibas)'의 추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아웃사이드 인인 사람들 중에는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외부'에서 원인을 찾고, 상황과 환경을 탓하며,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않는 데서 비롯합니다. 아웃사이드 인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복잡계 생태계에서 살고 있는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끊임없이 지식을 배우고 습득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다양한 지식을 쌓고, 정리하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는 데 활용할 지식이 아니라면 쓸모없는 지식일 뿐이죠. 오히려 온갖 쓸모없는 지식의 쓰레기 더미로 머리만 복잡해집니다. 아울러 도움이 되지도 않는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인풋(input) 하는 데만 힘을 쏟는 것은 시간 낭비만 초래할 뿐입니다. 그들은 불안한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면 순간적으로는 안심이 되고, 또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안도감을 느끼는 동안 배는 정작 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죠.




IT의 현자인 스티브 잡스는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의향을 물어보지 않더라도 어떤 상품이 잘 팔릴지 아닌지를 직관과 감각으로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니즈와 욕구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시장조사를 통해 자료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니즈와 욕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바로 인사이드 아웃을 키우는 출발점이 됩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통적 기반의 완구기업인 레고가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국 '아이들은 왜 놀까'에 대한 놀이의 본질을 재해석함으로써 레고의 부활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관찰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다른 한 축으로써 오감의 놀이 문화가 더 성숙할 것이라는 통찰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데이터 지상주의의 함정을 벗어나야 합니다. 어떤 상품이 팔리지 않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년에 트렌드는 어땠는지, 색감과 모양은 어땠는지, 경쟁상황은 어떠했고, 지역에 따른 판매 방식은 어땠는지 등의 표면적인 현상만을 확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횡적이고 구체적인 현상 위를 우왕좌왕 오갈 뿐 문제의 본질에는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인사이드 아웃의 성향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먼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싶은지를 알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어떤 지식이 부족하고, 도움이 되는 것인지부터 파악해야 하죠. 그리고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야 합니다. 아울러 문제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이니셔티브를 도출함으로써 추상적인 현상을 구체화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관리자와 리더들이 범하는 업무의 우(愚) 중의 하나는 바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상황을 탓하거나 부하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아웃사이드 인의 성향을 가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완벽한 준비보다는 인사이트에 대한 올바른 이니셔티브를 도출해서 빠르게 실행하고, 지속적인 보완과 수정을 통해 성과를 업그레이드해가면 됩니다. 궁극적으로 업무를 잘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업무의 감각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정보는 외부에서 안으로, 통찰력은 안에서 외부로 끄집어내는 감각을 키워야 합니다. 그게 바로 인사이드 아웃, 즉 업무감각을 키우는 것입니다. 재미없는 업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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