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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Jan 25. 2023

덜어내는 것이 더하는 것이다!

#노마드 라이프 #세르파 #새둥지 #미니멀리즘 #어린 왕자 #워렌 버핏

언제부터인지 '노마드 라이프(nomad life, 유목인의 삶)'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여행만 하는 게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글도 써서 책을 출간하거나 유튜브나 SNS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을 우린 흔히 '노마드'라고 부르고, 그들의 삶을 '노마드 라이프'라고 말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인 것이죠. 그들 대부분은 삶의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니라 자유 의지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목민들의 삶과 사유를 뜻하는 '노마디즘(nomadism, 유목주의)'은 자리에 앉아서도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정박하지 않고 끊임없이 탈주선(脫走線)을 그리며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사유의 여행을 뜻합니다. 우리들은 흔히 노마드(유목민)의 삶은 광활한 대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들의 삶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습니다. 혹독한 자연환경과 거친 들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 투쟁 과정에서 유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한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는 농경사회에 달리 유목민들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가축이 먹을 목초지를 찾아 계절마다 이동을 해야만 합니다. 유목민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생활 조건은 바로 가축을 먹일 목초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겨울에는 추위와 폭설을 피해 목초가 자라는 따뜻한 지역으로 가축과 함께 이동을 해야만 합니다. 이들에게 있어 자연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순응의 대상인 겁니다.


유목민들은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땅을 터전으로 삼아서 생활을 합니다. 이들은 언제든지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있으며, 이동 시 짐 채비 또한 매우 단출합니다. 이들에게 있어 가축의 고기와 가죽, 그리고 유제품으로 만든 치즈와 버터, 요거트와 발효주 등이 바로 생존의 먹거리들입니다. 쟁여놓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 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유목민들이 가축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가축이 초지(草地)를 찾아가도록 옆에서 도와준다는 점입니다. 가축이 유목민들을 이끄는 것이죠. 유목민들의 단출한 삶은 복잡하고 분주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출처 : Pixabay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셰르파(Sherpa)'입니다. 셰르파는 티베트어로 동쪽을 뜻하는 ‘샤르(shar)’와 사람을 뜻하는 ‘파(pa)’의 합성어로, ‘동쪽에서 온 사람’이란 뜻입니다, 티베트의 캄 지방에서 현재의 거주지인 쿰부 지역으로 이동하여 살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고산 등반에서 안내인 역할을 하는 셰르파는 티베트족 계열의 고산족 이름입니다. (네이버 등산 상식 사전)


셰르파는 고산 지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고산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기후에 대한 적응력과 폐활량 크기는 일반인들에 비해 매우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일보(2015.12.21) "에베레스트 오르면 셰르파는 350만원...셰르파의 삶은?"이란 기사를 보면 에베레스트 등반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 1억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셰르파에게 지급하는 돈은 기껏 35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세계 최고봉에 도전하는 서구 출신의 젊은이들에게는 온갖 찬사가 쏟아지지만, 정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셰르파의 역할에 대해선 아무도 주목하지 않습니다. 캠프를 꾸리는 것도, 장비를 챙기는 것도, 등산 중 사치품이라 할 수 있는 큰 스크린의 TV까지도 모두 셰르파가 챙겨야 하는 것들이죠. 네팔에 있는 한 셰르파는 28년간 26번의 에베레스트 등반을 성공했다고 합니다. 또 세 아이를 둔 싱글 맘인 한 여성 셰르파는 50년 된 산소마스크를 쓰고 에베레스트를 10번 등반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이렇듯 셰르파는 첨단 등산 장비로 온몸을 치장한 전문 산악인들과 달리 그들의 복장은 매우 단출하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어쩌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등반은 동네 앞산을 올라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네 산을 오르는데 전문 산악 장비는 어쩌면 불필요한 사치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셰르파는 세계 최고봉을 앞에서 안내한 후 정상에 이르면 전문 산악인들이 정상을 먼저 오르도록 자리를 비켜준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있어 세계 최고봉을 정복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삶의 일부니깐요.


짐꾼 셰르파,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151112163900009


새들의 둥지는 구할 수 있는 나뭇가지, 진흙, 깃털이나 짐승의 털 정도로 단출하게 집을 지었지만 생각보다 매우 견고하다고 합니다. 둥지를 짓는 목적은 새끼를 포식자와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정도면 충분한 것이죠. 군더더기가 전혀 없습니다. 새 둥지를 찾아 떠날 때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몸 하나만 이동하면 되는 것이죠. 며칠 묵을 여행을 갈 때도 엄청난 양을 가방에 채워 넣고 낑낑거리며 가는 인간들의 삶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우리들이 사는 집은 거주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이제는 각종 불필요한 물건들의 저장 창고가 되어 버렸습니다. 평수가 넓을수록 인간보다는 물건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더 커집니다. 정작 집의 주인은 인간인데 오히려 불필요한 물건들이 집의 주인인 주객전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정작 집주인인 인간이 이용하는 공간은 침실과 거실, 주방과 화장실 정도가 고작 다인데 말이죠.


얼마 전 저는 이사를 가기 전 넓은 집에 쟁여놓은 물건들을 정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리 기준은 일년 동안 한 번도 활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정리해 갖다 버리는 것이었죠. 신박하게도 그 기준을 적용해 정리를 하다 보니 80% 이상의 물건들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란 게 일 년간 쓰지 않더라도 추억이 깃들거나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들이 있게 마련이어서 우리가 세운 정리 기준은 마지막 순간에 무 쓸모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책과 의류, 혹시나 몰라 가지고 있었던 물건들을 정리해 보니 집의 현관을 가득 메울 정도였습니다. 재활용을 하지 못하는 물건들은 관리 사무실에 통보해 폐기해야 했는데 그 비용만 무려 5만 원 이상이 소요되어 아깝단 생각이 들었죠. 물론 펜트리와 옷장, 서가 공간은 몰라볼 정도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짝꿍과는 이사할 때 어떤 것들을 버리고 갈 것인지 구두로 합의까지 하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어설픈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구현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둥지를 찾으러 떠나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느끼는 점은 여태껏 채우고자 달려왔다면 여생은 조금씩 덜어내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더하는 삶이 아닌 덜어내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죠. 떠날 때를 대비해 최대한 짐도 줄이고, 몸도 가볍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야 새들처럼 새 둥지를 찾아 자유롭게 떠날 수 있기 때문이죠. 덜어내는 삶은 뭔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버림으로써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게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냄으로써 얻게 된 혜익들을 자신의 삶에 아낌없이 써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요즘 유목민들의 삶의 방식이나 셰르파의 등반 방식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완벽함이라는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은 "성공 전략의 본질은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가 아닌,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빼는 것이 플러스다'라는 모 기업의 광고 슬로건처럼 우리들의 삶에도 이제 쌓아가는 삶이 아닌 덜어내는 삶을 살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처럼 50대 이후에는 더욱 필수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페르시아 제국과 이집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쳐 세계 전 세계를 정복한 마케도니아의 지배자 알렉산더 대왕은 죽기 전 "나를 묻을 때는 내 손을 무덤 밖으로 빼놓고 묻어주게. 천하를 손에 쥔 나도 죽을 땐 빈손이라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어쩌면 채우고자 달려왔다면 이제부터는 조금씩 덜어내는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은 이 말을 끝으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덜어내는 것이 더하는 것이다(Less is more)



아이유(IU) X 싸이(PSY) - 어땠을까 (두 사람이 부르니 시너지 효과가 납니다 ^^ more is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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