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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프란츠 Sep 04. 2024

포기하지 않는 사람

포기하라

프란츠 카프카 1923년


평소 미소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있다. 억지 미소를 짓다 보면 생선가게 아처럼, 크게 입 벌린 채 화나 있거나 심드렁해 보다. 그래서 애써 웃기보단 차라리 입 꼭 다물고 정면을 주시하는 편이다. 그러고 보면 카프카도 굳은 표정일 때가 많았다. 나처럼 지로 웃으려다 경련 일는지 모른다. 카메라 앞에서 미소로 버티는 건 힘든 일이니까.


아무튼 환한 미소는 내게 어려운 구석이 있다. 괜히 웃는 건 가식적이거나 진하지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소 경직된 표정에 대해 친구는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다,고 했다. 첫 만남에서 사람들은 "차갑거나 정겨운 맛이 없"종종 말했던 것 같다. 글쎄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 싶은데 잘 모르겠다. 나도 잘 웃는 사람을 보면 참 부럽긴 하다. 천성을 타고 태어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리 웃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내게는 일을 하면서 정한 나름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부당함 앞에선 친절하지 말자,라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극히 일부지만 나의 호의와 친절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분명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자신을 정당화시키려 들었다. 위법과 편법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부당한 요구를 고, 그것이 마치 자신들 권리인 양 주장다. 그들로 인해 다른 사람이 불편해지거나 피해를 받았어도 개의치 않다. 오히려 자신들이 억울한 피해자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던 남자가 있었다. 그는 고객의 고급 수입차를 동의 없이 무단 사용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백 프로 자기 중과실로 발생된 상해죄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보험사기 혐의까지 추가되었다. 배달업체에 종사하면서 자격이나 경력을 쌓던 적도 없지만, 자칭 전문가라면서 일평균임금이 40만 원이라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자동차 소리만 들어도 어디에 무엇이 고장 났는지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무리한 보상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그는 깍두기 머리를 한 서너 명의 남자들을 데리고 사무실을 급습했다. 그리고 추후 방화 가능성을 경고하며 신체적 위협을 가했다.


일단 그런 남자의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 결론이 난 이후에도 끓임 없이 폭력에 시달린다. 어떤 사람이 목숨값을 내놓고 일하면서 꿋꿋이 웃을 수 있을까. 실제로 회사 곳곳에서 칼부림 소동이 매년 벌어지고 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피고인은 다시 현장에 등판하여 공포심을 조장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친절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직원들이 늘어났다. "포기해라. 포기해!" 누군가 말했다.



오늘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K는 추가로 신청한 상병의 승인 결과를 기다리는 중였다.


"며칠 째 잠을 못 자고 있어요. 가슴이 떨려서요.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다립니다. 아직도 아프지만 견딜 수 있어요."

"결과를 바로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좀 더 기다려주세요."

"신경 써주실 거죠? 부탁합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불안 마음에 목소리까지 떨렸다. 그녀에게 단순히 사실을 적시하고 결과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만으로 친절이라 할 수 있을까. 진정한 친절은 상대의 어려움을 고려하고 아픔을 보듬 줄 다. 재해로 인해 결핍된 일상 살아야 는 절망감을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구름에 미소가 가려져 희미해졌어도, 떨어진 낙엽처럼 슬픔을 주어 담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도 수많은 워커스가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희망이 없다면, 캄캄한 어둠에 갇혀 한 줌 빛도 없는 내일을 려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고 있다. 그들의 투덜거림은 절망 끝에서 오롯이 자기를 지키려는 기도이다. 비록  적은 없지만 어쩌면 이 내게 준 소명인지 모르겠다. 을 미워하고 선한 것을 사랑해야 살아갈 수 있 걸 알려주기 위해 그랬을 것 같다.



* 카프카의 <포기해라> 참조

* Anna Lee님 브런치 글 <선한 사랑>  참조

* 대문사진: https://kafkamuseum.cz/en/photo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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