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끗발이 개끗발이라지만 일단 첫 끗발이라도 잡아야 하니까요.
“첫 문장은 책 제목에 버금가는 책의 얼굴이다.”
책의 제목이나 소개 글만큼 글의 ‘첫 문장’은 출간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 꼭 신경 써야 하는 요소 입니
다. 다음 글이 궁금해야 그 책을 구매하고 싶어 지기 때문입니다. 즉,‘소재나 대상, 상황 혹은 사건’ 중 한 가지라도 궁금증이 생기도록 첫 문장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예시들은 제가 에세이에 쓴 첫 문장들인데요. 첫 문장에서 ‘이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런 말을 던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도록 쓰는 것을 중심으로 살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옥상에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
- 사랑을 시작한다는 건, 상처가 부록으로 달려오는 것과 같다.
- 어쩌면 그 사람에게 나는 ‘비 그친 후의 우산’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 지갑에 50원이 남아서 웃음이 났다.
- 그러지 마.
- 칭찬이 많은 세상이 있다.
다음 예시들은 제가 그동안 썼던 소설, 산문, 동화에서 발췌한 첫 문장입니다.
- 복동이가 죽었다.
- 오늘도 ‘아날로그’ 씨는 내 손바닥 위에서 쭉- 기지개를 켠다.
- 선우 민 씨, 심(SYM) 증후군 검사 결과 양성입니다.
- ‘빨간 글씨 사건’이 처음 터진 건 일주일 전 체육 시간이 끝난 뒤였어요.
이처럼 어떤 ‘사건’ 혹은 중심이 되는 ‘대상’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도록 첫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곧 출간으로 이어지는 글을 쓰는 첫 번째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번에도 직접 써보는 시간을 가져 볼 텐데요. 잠깐 책 읽기를 멈추시고, 아래 빈칸에 들어갈 말을 써서 ‘사랑’에 대한 정의를 써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이란, ( ) 것.
이미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가 있으신 분들은 더 나아가서 ‘사랑’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할 때 어떻게 하면 ‘첫 문장’에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첫 문장을 써주셔도 좋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이 나름의 문장을 완성하셨다고 생각하고, 제가 빈칸에 넣은 글을 아래에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랑이란, (나도 모르는 새 이미 잠옷 차림이 되어 있는) 것
- 사랑이란, (상대로 하여금 다음 말을 하고 싶게 하는) 것
- 사랑이란, (볼을 쓰다듬기 전 먼저 뺨을 손바닥에 가져다주는) 것
- 사랑이란, (눈이 마주치기 전부터 입꼬리가 함께 올라가는) 것
- 사랑이란, (흑백사진을 찍어도 따듯하게 출력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