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시선] '부동산 버블 붕괴'는 없다. 적어도 지금의 조건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아예 폭락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
현실이 된다면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고, 폭락한 부동산을 가진 자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를 수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것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을까?
응, 없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이 ‘버블’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렇게나 많이 올랐는데 ‘버블’이 아니라고?
경제학 관점에서 ‘버블’의 사전적 의미는 '투자, 생산 따위의 실질적 조건이 따르지 않는데도 가격이 오르고 투기가 심해지면서 일시적으로 호황이 되었다가 얼마 못 가서 급격히 원상태로 돌아가는 현상'이다. (출처 : NAVER 사전)
사전적 의미에서 확인할 수 있듯 ‘버블’이 성립하려면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중 가장 마지막 조건은 일시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맥주의 거품이 부풀어 올랐다가 금세 가라앉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맥주의 경우엔 원상태가 되어도 약간의 거품은 남아있다. ‘엔젤링’이라고 했던가.
부동산 가격은 어떠한가. 호황이어서 가격이 올라갔다가 원상태로 떨어진 적이 있던가. 없다면 ‘버블’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원상태의 기준은 언제의 가격으로 잡아야 하는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버블’ 여부를 판단할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버블 붕괴’는 애초에 없는 말일까?
응, 아니다.
미국, 일본 등은 ‘부동산 버블 붕괴’을 경험한 바 있다. 이들 나라의 ‘부동산 버블 붕괴’ 때의 모습과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큰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이 차이점을 통해 부동산의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 간단하다. 개인이 망하게 하면 된다. 그 방법은? 대출 한도를 늘리고,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미국과 일본 모두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 개인의 이자 충당 능력보다 더 많은 금액을 대출해줬다. 시장에 풀린 돈은 각종 투자처를 향했으며, 상당 부분 부동산에 집중됐다.
이자는 어떻게 갚느냐고? 대출로 갚으면 되지 않은가.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고, 다시 또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고, 그렇게 투자할 수 있도록 시장에 돈을 푼 것이다.
일본의 경우,
주택담보대출(LTV)이 감정가의 200%까지 가능했으며, 은행들은 이자율을 낮추는 등 너도나도 돈을 빌려가라며 대출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을 벌였다. 투자를 하면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고 모두가 이익을 보는 것 같은 시장 상황이었다. 부채가 급격히 많아지자 경제상황이 악화되었고, 이를 타개하고자 정부가 LTV를 감정가의 70%로 낮추면서 개인의 파산이 잇따랐다. 결국 연쇄 붕괴 현상(1990년)이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기관이 신용등급이 아주 낮은 사람들에게까지 집값 대비 높은 금액의 대출을 해준 게 발단이었다. 심지어 주택과 무관한 대출까지도 대출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부실채권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은행의 경영 상태도 악화했다. 그 결과 은행의 투자처인 증권도 함께 타격을 입으면서 금융기관들의 연쇄 도산 사태(2008년)가 일어났다.
근간에는 양국 모두 소득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저소득층이 대출을 늘려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이밖에 금리인하 어쩌고 등 좀 더 공부가 필요한 내용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속 시끄러운 이야기 들이다.
다시 우리나라 상황으로 넘어와 보자.
정부는 부동산 시장 내 ‘버블’을 만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대출 금액을 일본 정부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70%보다도 낮게 규제하고 있으며, 심사 또한 매우 까다롭다. 특히 자금출처를 명확하게 제시하게끔 함으로써 투명성 또한 매우 높다.
신용대출로 부족분을 메운다고 해도, 이는 상대적으로 기준이 뚜렷한 대출 상품이다. 본인의 소득을 완벽히 증명해야 하고, 은행마다 차이 없이 150% 선에서 대출해준다.
이보다 더 재정건전성이 훌륭할 수 있을까? 작금의 부동산 가격은 이러한 재정건전성들이 모여 만든 가격이다. ‘버블’이라고 보기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데다, 경험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국제사회 내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위치로 조정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에 대해서는 선방하고 있는 평가는 일견 타당할 수 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는 주택 가격이 1년 만에 22% 오른 적도 있고,
스웨덴은 7년 동안 55.3%나 오른 적도 있다.
심지어 조선시대에도 "중종 이후에는 주택 가격은 폭등했었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의 경우,
주택정책을 총괄한다고 볼 수 있는 국토교통부 장관은 "3년 간 서울 집값이 11% 올랐다"고 밝혔고,
IMF는 "최근 대한민국의 주택 가격 상승률이 전세계 63개국 중 37위"라고 발표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의 ‘버블 붕괴’를 경험하는 방법은 있다. 지금부터 대출을 무지 많이 허용해 주는 것이다. 그럼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다시 원상태로 복귀할 것이다. 그래 봤자 원상태, 지금 가격이다.
또는 이자 충당 능력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분명 유효할 수 있다. 일본이 갑자기 LTV를 70%로 내린 것과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와 비슷하려면 단순 계산으로만 봤을 때, 감정액 10억 원 아파트의 경우 13억 원의 세금을 내게 하면 된다. 200%에서 70%로 130%를 낮췄으니 말이다. 전 국민의 초토화. 과연 현실적일까?
정계, 재계, 학계가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버블’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또, ‘버블 붕괴’를 앞세우는 건 어떤 목적에 설까?
단순 냉각 효과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이미 충분히 얼어있다.
‘가진 마음’은 ‘부동산 버블 붕괴’로 망할까 봐 두렵고,
‘가지지 못한 마음’은 영원히 기회가 없을까 봐 비통하다.
두려움과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와 정책이 필요하다. 공포와 걱정을 유발하기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정책들이 마음을 편안케 해줘야 한다.
지금 상태라면,
부동산 가격은 ‘버블’이 아니다. 그래그래, 굳이 꼽고 싶다면 ‘엔젤링’ 정도?
‘부동산 버블 붕괴’는 없다, '엔젤링 붕괴'면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