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누구보다 재빠르게 2차 시기 도전!
남편과 내가 자주 하는 장난 중 하나는, 무언가를 시도할 때마다 “자, 1차 시기입니다. 어떻게 될까요?”라고 서로 말해주는 것이다. 딱 봐도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들 때부터 공들여 노력한 일의 결과를 기다릴 때도 우리는 이 이야기를 자주 한다. 다만, 여행을 갈 때, 비행기 이착륙 시에 듣는 “과연 1차 시기 성공할 수 있을까요?”라는 이야기는 제법 심장이 쫄깃하긴 하다. 그리고 이제는 딸아이에게도 이 말을 자주 해주는 편이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철봉 건너기도, 30초 내에 줄넘기 50회 넘기 등을 도전할 때도 우리는 옆에서 캐스터라도 된 듯, “네, ooo 선수, 1차 시기 도전!”이라고 외치며 응원한다. 물론 도전의 기회는 무한대로 제공된다. 우리에게 첫 도전은 그저 1차 시기일 뿐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1차 시기‘란 말을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사실 그동안의 나의 도전은 늘 힘이 잔뜩 들어가고, 실패하면 큰일 나는 것들이었다. ‘이번 시험을 망치면 난 끝장이야.’ ,‘이 기회를 놓치면 나는 영영 백수일지 몰라.’같이 한 번 미끄러지면 큰일 나는 사람처럼 인생을 살았다. 그런데 알다시피, 그렇게 절실하고 간절하게 할수록 일은 잘 안 풀린다. 실제로도 적당한 각성과 스트레스는 성과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오히려 퍼포먼스에 도움이 안 된다는 논문이나 실험 결과는 많다. 스포츠 선수들 역시 지나치게 각성되지 않기 위해 평소 마인드 컨트롤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그리고 그 긴장을 부추기는 생각 중 하나는 ‘이 기회가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인생을 살다 보면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거기에 집착하고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은 오히려 긴장과 불안을 일으켜 성과에 도움이 안 된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기회 중 하나일 뿐이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면 오히려 담대하게 해내는 것들이 더 많다.
나이가 좀 드러나는 것 같긴 하지만, 옛날에 즐겨보던 ‘쟁반 노래방’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1차 시기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출연자들은 노래를 듣자마자 상의 없이 바로 시작되는 1차 시기에서는 그저 흐름을 파악하고, 출연자들이 어디까지 노래를 알고 있나 확인하는 정도로 생각한다. 10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동안 출연자들은 잘못 알고 있는 가사를 확인하고, 어떤 파트에 누가 더 나은지를 고심하며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마침내 노래 한 곡을 완벽하게 불렀을 때 함께 지켜보던 시청자들마저 함께 환호한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는 한 번의 실패도 없이 1차 시기 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그런 사람은 없다. 세상에는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하고 쓰러져 오래 절망하는 사람과 빠르게 2차 시기를 준비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많은 기회를 허락하기를.
1차 시기 실패,
2차 시기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