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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Dec 12. 2020

나는야 용감한 아기 고양이!

나만 믿어!

고양이


 아침에 일어나니 콧잔등이 서늘했다. 창 밖의 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고 있다.

 내가 태어난 계절인 여름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예전에 엄마가 우리에게 이야기해주었던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까워지고 있나 보다.


 엄마는 고양이들에게 가장 힘든 계절을 하나 꼽자면, 바로 겨울이라고 했다. 엄마가 들려주셨던 겨울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겨울은 굉장히 추워서 뛰어다닐 때 발바닥이 따끔따끔 거리고, 먹을 것들이나 마실 물이 꽝꽝 얼어서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 계절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은 우리의 털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온 몸을 덜덜 떨게 만든다고 하셨다.


 다가오는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겨울이 오늘따라 유독 무섭게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귀가 뒤로 넘어가고 꼬리털이 부풀었다. 나는 뭔가 무서운 것을 느끼면 이렇게 귀와 꼬리도 말을 할 수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하루빨리 키가 더 커야 할 텐데. 그리고 추위에 살아남으려면 털도 지금보다 더 많이 자라야 하는데...'


 심지어 나는 이빨도 덜 자랐다. 언제쯤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질 수 있을까? 타들어가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루하루 지날수록 날씨는 조금씩 더 쌀쌀해지고 있다. 정말 걱정이다, 걱정!


 

 "어이, 아기 고양이. 오늘 왜 이렇게 귀를 뒤로 확 넘기고 있냐? 무슨 걱정이 있는 것이냐?"


 모든 것을 다 아는 똑똑한 어른 멍멍이, 사월이가 말을 걸어왔다. 역시 어른 멍멍이는 말투나 표정은 뻣뻣하지만 마음은 아주 따뜻하고 섬세한 녀석이다. 멍멍이인데도 고양이의 마음을 잘 안달까?


 "응. 사실 겨울이 오는 것이 걱정이야. 우리 엄마가 겨울은 무시무시한 것이라고 했거든. 나는 너와 달리 키도 작고 털도 적고, 이빨도 약하고... 겨울이 오는 것이 겁이나."


 나는 엄마가 들려준 겨울이야기를 사월이에게 들려주었다. 사월이는 가만히 엎드려서 내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주었다. 중간중간 낑낑 소리를 내며 끄덕끄덕도 해주었다.


 "그렇군. 나도 너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나는 주인님이 나만의 집도 지어주고 매일 밥과 물을 줘서 겨울이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너도 이 집 사람들이 도와줄 테니 너무 걱정마라."

 "하지만 언니는 나를 두고 멀리 가버리는 걸. 나는 나를 지킬 준비를 해야만 해."

 "언니? 아, 그 주인님 딸을 말하는 것이군. 어젯밤에 주인님이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 오늘 저녁이면 여기 온다더군."

 "뭐? 언니가 온대?"


 사월이의 말에 내 마음은 콩콩 뛰었다. 언니가 다시 온다고? 드디어 사냥이 다 끝난 건가? 언니가 오면 왜 나에게 말도 안 하고 사냥을 가버렸는지 물어볼 것이다. 내 말을 다 못 알아듣는다면, 꼬리와 귀까지 사용해서 말할 거다.


 언니가 내일 온다는 말을 듣자, 마음이 급해졌다. 왜냐하면 언니에게 나의 쥐돌이 사냥을 멋지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언니가 나를 두고 가버린 잘못을 알려주고, 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니가 없어도 열심히 훈련했다는 것을 알려줄 거다.


 실컷 쥐돌이랑 사냥훈련을 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몽롱한 와중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귀가 먼저 쫑긋쫑긋 반응했다.


 "사랑~! 언니 왔어! 사랑이 어디 있어?"


 언니 목소리다. 언니가 왔다! 부스스 이불속에서 나와 소리 쪽을 향해 벌떡 일어나서 걸어 나갔다. 내 방 문 앞에는 정말 언니가 와있었다. 언니 뒤에는 사월이가 멍멍하고 짖으며 나에게 언니가 왔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언니는 한 손에는 털이 달린 물체를, 다른 한 손에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 뭔가를 들고 있었다. 저것들은 사냥으로 잡은 걸까?


 "사냥은 잘한 거야? 지금 손에 든 걸 사냥해온 거야?"

 나의 재잘거리는 질문에도 언니는 연신 내 이름만 불러댔다. 언니는 나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품에 꼭 안고 나의 콧잔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오랜만에 맡는 언니의 냄새이지만 항상 기억하고 있었던 냄새와 똑같았다.


 나는 사냥을 성공하고 돌아온 언니를 칭찬을 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 언니가 내게 맘마를 주었을 때처럼 골골 송을 들려주었다. 그때였다. 언니가 엄청 신난 목소리로 내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랑아, 이제 사랑이는 서울 가서 언니랑 같이 살 거야. 기차 타고 가야 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가서 언니랑 같이 잘 살아보자. 하하하!"


 언니와 같이 서울이라니? 서울이 뭐지? 어른 멍멍이가 예전에 말해줬었던 곳인데. 뭐더라. 아! 언니가 돈을 사냥하러 갔던 곳이다!


 그럼 나도 같이 사냥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사냥쯤이야! 문제없다. 뭐든 겨울보다 무섭진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언니와 함께라면 겨울도 무찌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용감한 아기 고양이니까.

 

 "사랑아, 언니가 많이 노력해볼게. 사랑이가 죽을 때까지 언니가 꼭 옆에 있어줄 테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자! 나중에 사랑이가 떠나면 너무 슬프겠지... 그래도 언니가 그때도 함께 해줄게."


 자다 깨서 그런지 다시 졸음이 찾아왔다. 그래서 언니의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다.


 서울에서 사냥을 하려면 많이 자 둬야 니까 언니도 말 그만하고 얼른 자라고.


 나는 익숙란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게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그곳은 어떤 곳일까? 나와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도 많을까? 아차차,  내 친구 사월이에게 인사는 꼭 하고 가야지.


 그리고 언니, 사냥할 때는 나만 믿어. 왜냐면 나는 용감한 아기 고양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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