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꽃>
가을이 끝나가는
계절의 틈에 찾아온 꽃 하나가
파랗게 입술 질리도록
온 힘을 다해
연분홍 저고리를 꺼내 입는다
차마 눈물겨워
내일은 볼 자신 없으니
나에게는
단 하루를 피는 꽃이려니 했다
계절의 틈이 닫힌 후
시베리아로부터
너의 빈자리에 찾아와
하얗게 피어 날 눈꽃을 생각해도
아직
연분홍 향기가 아른거린다
오늘 하루가 아니라
겨우내 피어있겠구나
마음에 피었으니
시들지 않는 꽃이 되겠구나
온 힘을 다한 꽃의 노고가
지워지지 않을 향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