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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Nov 29. 2023

내 삶의 기준을 갖는다는 것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BGM : 비밀의 화원 - 아이유





* 책 큐레이션 뉴스레터 [타타] 11호, Book Curation의 일부를 인용하여, 수정하였습니다.

* 지극히 사적인 책 취향에 따라 선정한 책 추천 글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보셨나요?



저는 지난 주말에 정주행 했는데요.


그 때문에 이번주 내내 아주 깊은 우울감을 겪어내야 했습니다.


인물과 동일시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관계는 처음이라>를 쓰면서 지나온 관계들에 대해 하나하나 되짚어 봤었는데, 그럼에도 다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거죠.


 이 대사를 되뇌면서, 그동안 힘들거나 우울하거나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걸 인지하고 인정하게 되었어요.


"가끔 의료진 중에서
다른 사람을 돌보느라,
자기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지금은 '나'의 아픔을 살필 때이다."





우울함이 두렵지 않으려면



그동안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써 피해왔던 상처와 불안을 한꺼번에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는 작업을 했어요. 감정을 잘 처리하는 법을 다시 온몸으로 익히고 있어요.


괜찮다가 어느 순간, 꽤 우울해졌고 공포를 느끼고 피하고 싶어지는 마음과도 직면했습니다. 버거운 정도는 아닌데 그 근처에 당도할 만큼 힘들더군요.




매주 글쓰기 모임에서 왜 제 글을 들려줄 때마다, 저를 걱정했는는 지를 짐작할 수 있었어요.


당시에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너무 컸기 때문에, 아직 다 쓸려가지 못한 찌꺼기들이 남아 있었나 봐요.




우울함과 회피하고 싶은 마음, 불안 등 부정적인 마음과 함께 있어 준 적이 드물다는 것도 인지하게 됐습니다. 항상 거기서 빨리 벗어나려고만 했더라고요.


어떤 감정이든지 충분히 느껴 주고, 함께 있어 주면서 교감해야 그 감정이 공포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 있는데, 매번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피하려고만 했더라고요.


감정은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느껴야 하는 것인데 말이에요.




저의 연약함마저 사랑할 때가 되었습니다. 가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보일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느낍니다.


책을 쓰면서 저의 수많은 트라우마와 자격지심, 비굴함, 강인함, 나약함, 비겁함 등과 마주합니다.


이제야 저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면모에 대한 매듭을 하나씩 풀어내며, 조금은 단순(Simple)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



임정민 저서『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13~14쪽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누군가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핵심 부분이야말로 각 개인을 누구와도 다른 존재인 동시에 모두와 동등한 사람으로 만든다.


임정민 저서『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298쪽엔 이런 문장을 밑줄 그었습니다.


결국 인간은 매우 복잡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기준으로 인간을 묘사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나는 자폐증이라는 영역 안에 내 모든 것을 욱여넣을 수는 없다.

자폐증은 내 신장이 195cm라는 것과 같은 내 여러 특징 중 하나다.

자폐증을 기술하는 유일한 기준표가 존재한다 해도 그것으로는 나의 성격도, 누구의 성격도 기술할 수 없다.

인간을, 우리 자신을 어떤 하나의 설명에 가두지 말자.


자라면서 늘 제가 타인과 너무도 다른 존재라는 점에서 자괴감과 침 담함을 자주 느꼈어요.


시작은 부모님과 자꾸 갈등이 생기면서부터였던 거 같아요.




다르다는 이유로 자꾸만 꾸중을 듣는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내가 특이한가?'란 생각을 자주 했어요. 소외감을 자주 느꼈던 것 같습니다.


비슷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꽤 오랜 시간을 다른 이들과 비슷해지려고 애쓰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애쓸수록 그들과 제가 다른 면이 훨씬 더 두드러져 보이더군요.


이곳도 저곳도, 제가 안전하게 뿌리내리고 살아갈 곳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계속 세상을 떠도는 나그네 같고, 어디에서도 반겨주지 않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방인 같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내밀한 부분, 그 핵심 부분이 곧 저입니다. 달라서 눈에 띄고, 그것을 파고 들어가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쌓여 있는 이야기, 삶 그것이 저입니다.


그건 오로지 저만 오롯이 알 수 있어요. 그게 타인과 저를 구별해 주는 고유성인 동시에 다른 사람과 동등한 존재로 만들어 주죠.


저는 늘 제게 속해 있습니다. 혼란스럽고 혼돈되어 불안한 마음들이 잔재하지만, 얕게라도 마음 깊은 곳에 뿌리가 깊이 내려져 있다는 걸 느낍니다.


하나하나 답을 찾아갈 때마다 꿈도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저는 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살아가는 데 잠깐이라도 힘이 되는 존재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질문하고 생각했어요. 


'나는 무슨 일로,
어떻게, 왜,
누구에게, 어디서, 언제,
도움을 주면서
일생을 살아갈 것인가'


'인간관계, 사회 내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해결하고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를 아주 어릴 때부터 계속 고민해 왔는데, 이 문제를 저의 커리어에서 공론화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경험 상 사회 안에서 소외받지 않고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의 저를 표현하려면 한 개인의 고유함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 수용감과 포용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인간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다양성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세상의 수많은 편견과 맞서 싸우거나, 편견을 다른 프레임으로 바꿔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문화가 바뀌려면 아주 좋은 선례들이 많이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 나갈 사람, 고유의 빛을 선명하게 빛내면서 나아갈 동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사실은 주변에도 있고,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데 지지받고 수용되는 경험이 부족해서 세상에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사람들의 '시작'을 함께 하고, 돕고 싶다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그들의 '안전지대'가 되어 주고 같이 성장하고 싶어요.


그들의 '시작'을 돕고,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세상이 조금 더 다채로워지고, 그러면 다른 사람과 달라서 고통스러웠던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조금은 더 편안해질 거란 확신이 생겼거든요.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다음 시작을 이끌어 나갈 리더도 나올 것이고, 그걸 보고 영감을 얻고 자신감과 자유를 얻는 사람도 생길 거라 믿어요.


2024년에는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생기도록 도와서 '읽고 쓰는 생활'을 친숙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를 더 많이 펼쳐보고 싶어요.




〰️ 2024년 삶의 기준점


제가 무언가를 더 우선순위에 두고,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다섯 가지의 기준점이 생겼습니다.


인간 소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편견을 없애는 일인가,

다양성을 확대하고 존중하고 지지하는 일인가,

읽고 쓰는 생활을 친숙하게 만드는 일인가,

'나'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창작'과 관련된 일인가


덕분에 무엇을 거절해야 할지, 어떤 게 저한테 좋은 기회일 지도 더 분명해졌죠.


결핍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 결핍이 나만의 문제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를 따져 보고 내 삶의 기준, 신념을 다듬어가는 노력과 고민도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경우에 한 개인을 시스템 속에 결합시키기 위해서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문화적인 측면이 있거든요.


문화는 변화하고, 변화해야 건강한 것이고, 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바뀌죠. 사람이 모순적인 존재이므로 사람이 만들어낸 문화에도 모순이 있고요.


이런 모순을 없애려는 노력을 통해 더 편안한 문화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봐요.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싶어서 '읽다, 쓰다, 하다' (다다다) 커뮤니티를 기획 중이에요.




내 삶의 기준이 생긴다는 것


한 개인이 집단 안에서 지지와 응원, 배움을 통해 그 사람이 가진 고유성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서, 자신의 빛을 잃지 않고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드는 데 제 삶을 쓰고 싶어요.


고유함을 결핍으로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문화를 만드는 커뮤니티와 프로그램, 로컬 기반 축제, 오프라인 경험 등을 살아가면서 기획하고 운영하고 싶고, 그 과정들을 영상과 글로 잘 기록하고 공유하며 연대하고 싶어요.


이러한 이유들로 인간소외 해결, 다양성 확대, 글쓰기를 응원하고 돕는 것이 지금 제가 살아가는 삶의 기준입니다.




내 삶의 기준이 생긴다는 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고, 하고 싶은 일을 더 자주 선택하게 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삶의 갈림길에서 내 안의 어린이가 건네는 손을 내치지 않고 잘 잡아주며, 내일이 기대되고 설레는 하루하루를 살게 만들어주는 걸 뜻해요.


저는 항상 순탄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그 아이의 말을 들어주며 나아가고 있어요.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싶나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요?









[ 읽고 쓸 때, 찾아주세요! ]


제 글을 읽는 독자님께 어떤 게 도움이 될까,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고, 그에 맞는 것들을 공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어요.


책을 읽다가, 글을 쓰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동료가 필요할 때, 아래의 링크로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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