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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cember 디셈버 Sep 11. 2024

29. 유럽병원엔 있지만 한국병원엔 없는 것

한국 병원에 없는 세 가지

지난 번, 한국의 병원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유럽의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세 가지에 대한 글을 썼었다.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이번에는 반대로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세 가지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이번 글 역시 아주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한 글이 될 예정이다. (참고: 27. 유럽병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 가지 https://brunch.co.kr/@decemberineu/34)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재활용 종이 트레이이다. 병원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트레이가 사용되는 데, 먼저 주사약이나 먹는 약을 준비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고 혹은 검체를 담아두기도 하는 등 정말 다용도로 활용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사용이 되는 만큼, 한국의 병원에서는 보통 스테인리스 소재의 은색으로 된 트레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얼마든 닦아 사용할 수도 있고, 튼튼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스테인리스 트레이가 아닌 재활용 종이 소재의 트레이를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하고, 특별히 감염의 위험성이 없는 경우 모두 모아 특수한 재활용 기계로 처리한 후 병원에서 수거해간다.


두번 째로는 화이트보드와 마커가 있다. 처음 유럽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에, 환자의 병실마다 설치되어 있는 작은 화이트보드의 용도에 대해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막상 용도를 알고 나니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물품이 되었다. 유럽 현지에서는 한국에 비해 간호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의료 전문가에 더욱 더 가깝다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환자들이 궁금한 것들이 있을 때에 의사를 찾기보다는 더욱 더 자주 만나는 간호사에게 병이나 약물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환자에 따라 의사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에 비해 더욱 더 많은 질문을 받는다.) 예를 들어 오늘 한 혈액검사가 어떤 의미를 갖는 지, 앞으로 예상되는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 지 등등 아주 세세하게 물어보는 환자들이 많다. 그럴 때에 아무래도 그림이나 글자, 혹은 숫자를 써가며 설명을 할 경우 환자가 이해하는 데에 더욱 더 도움이 되기 때문에 거의 매일 사용하는 물품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는, 가족사진이다. 아무래도 가족 중심적인 문화가 한국에 비해 더 강하다보니, 대부분의 환자들은 입원 시 가족사진을 챙겨와 병실에 걸어두거나, 침대 옆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아두는 경우가 많다. 간혹 아주 외향적인 성향의 환자들은 물어보지 않아도 가족들에 대해 소개를 해주기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오늘은 내 동생이 병문안을 오는 데, 결혼은 언제 했고 아이는 몇 명이고 직업은 어떻게 되고 등등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샌가 나도 내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 가족사진을 환자들에게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한바탕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다음으로는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금세 라포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신뢰감과 친밀감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관계)를 쌓게 된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유럽의 병원에서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에 대해 두서없이 적어보았는데 다르기도 또 비슷하기도 한 것이 비교를 해보니 확연히 드러난다. 임상에서 직접 환자를 보며 병원근무를 하다보니 좀 더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게 느껴지는 것이 내가 해외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나게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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