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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미치 Dec 22. 2017

음악은 유럽을 흔들고, 유럽은 나를 흔들고 #final

밴드 스위머스 유럽 투어 일지 #17. 영원을 믿지 않아도


우리는 마지막 공연을 잘 끝내고도 회의와 불안과 상처를 안고 돌아왔다. 나는 그것 때문에 오랫동안 앓았다. 투어의 본래 목적에 물리적인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멤버 간 불화로 마음을 다쳐서 돌아와야 했다는 것이, 출발할 때보다 낮아진 에너지로 돌아와야 했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내 탓 같았다. 내 성격, 처신, 방식, 판단, 선택, 결정, 능력, 운과 운명까지 모든 것이.


한국에 돌아와서 지금까지 두 번의 공연과 한 번의 방송이 있었고 선웅이는 결혼식을 올렸다. 


내가 제대로 회복하기 시작한 것은 선웅이의 결혼식을 위한 노래를 준비하면서부터다. 내내 상처를 핥으며 웅크리고 있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만드는 것이, 함께 노래를 짓는 것이 좋았나 보다. 보고 싶지 않은 것들과 볼 필요 없는 것들을 보고도, 부딪히고 할퀴고도,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하고도. 


그러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셋이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나는 이 여행기를 쓰며 끝없이 뒤돌아보았고, 마침내 다시 앞을 보고 싶어졌다. 


스위머스는 새해에 발매할 새 싱글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보다 유럽에서 더 많이 연주한 곡이다.





Cookie

우리가 하크니에 머물고 있던 어느 날이다. 숙소 근처에 상당히 잘 알려진 탭하우스가 있었다. 여기서 발견한 "절인 달걀" 단지들이 너무 궁금해서 우리는 가진 동전을 다 털어 사 먹어 보기로 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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