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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수 Oct 14. 2017

여전히 나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우울은 줄었다

정신과에 다닌지 1년 10개월째, 조금은 여유로워진 가을

‪요즘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드물게 하게 됐어요. 그래도 예전의 나와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된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고작 몇 걸음 물러선 정도일지도 모르죠.


상담을 1년 10개월 가까이 하면서, 내 트라우마나 결핍, 자존감을 망가뜨리는 계기나 콤플렉스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나에겐 작지만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가능성'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죠.


덕분에 조금은 여유를 되찾은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극심한 우울에 빠지거나 불안으로 방황하는 일이 드물어졌어요. 죽고싶단 생각도 줄었고요.


그렇다고 해서 우울과 불안장애가 '완치'됐다거나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여전히 내 안의 한구석에 남아있을테죠. 그리고 언제 다시 튀어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런 압력을 견디고 지낼 수 있게 됐어요. 시간은 흐르고, 세월 속에서 비슷한 일을 겪으면 당황을 덜 하게 된 것 정도라고 할까요.


나는 여전히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많이 발견합니다. 특별한 경지에 이른 게 아니라 아직 쉽게 짜증나거나 슬퍼지기도 합니다. 물이 넘칠 때도 있듯이 감정도 그런 거겠죠.


내가 나를 다 이해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들도 날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겠지. 마찬가지로 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많고.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로 남겨두자. 화내거나 짜증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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