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 사막을 건너는 법
사막을 건널 때는 해가 질 무렵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낮에 가다가는 일사병으로 쓰러지고 말 테니까. 그리고 또 다른, 어쩌면 보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별을 보고 방향을 잡기 위해서이다. 물론 모든 사막이 모래사막만은 아니고 사막의 대부분은 자갈이나 메마른 토반이 드러나는 암반사막이라고 한다.
특히, 중앙아시아나 아메리카 내륙 같은 곳에서는 바람에 모래가 다 달려가기 때문에 모래사막은 별로 안 되지만 사하라 사막이나 아라비아 반도를 생각한다면 모래바람에 지형이 워낙 자주 바뀌어서 땅의 지형을 통해 방향을 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변화가 극심한 곳에서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 길잡이를 그리고 등대 역할을 해야만 한다. 사막에서는 그것이 바로 별빛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오빠가 그런 사람일 것이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이런 사람을 만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항해시대에 뱃사람들이 그랬듯이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은 별자리에 능숙하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깊은 밤까지 걷기만 할 수는 없다. 일교차가 너무 심해 몸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리 지어 건너야 하고 혼자 객기를 부리지 않아야 한다. 거기서는 팀워크나 화합이 중요하다. 잘못하면 모래 늪에 내던져질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과의 페이스를 맞추는 것도 아주 중요한데, 뒤처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사막에서 한번 길을 잃어버리면 나올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사막에는 길이 없다. 다만, 사람들이 따라 걷고 있는 발자취들만 있을 뿐이다. 폭풍에 가까운 모래 바람에 지금 있던 길도 잠시 후엔 없어지고 눈앞에 있던 모래 언덕도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린다.
그러나 그럼에도 갈 수 있는 길이 있고, 갈 수 없는 길이 있어 잘못하면 더욱 깊은 사구 속으로 빨려 들어가 그 후로 그를 본 사람은 없게 된다.
오늘날엔 사막에도 자동차가 들어간다고 하지만 여전히 낙타는 사막을 건너는 중요한 수단이다. 낙타의 장점은 일주일 이상씩 물을 안 먹어도 견딜 수 있다는 것과 관절이 3개나 된다는 발이다.
나는 오래전에 읽었던 문구가 떠올랐다. '호모 노마드.' 아마 어느 광고의 문구였던 것 같았다.
그들은 ‘노마드’라는 말을 마치 집시나 보헤미안이 그랬듯 굉장히 낭만적인 말로 값싸게 둔갑시켰다. 우리들은 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떠돌이별처럼 안정적인 궤도를 지니고 소속 계에 끼지 못하고 이곳저곳 겉도는 난파한 삶에 대해. 떠돌이 삶을 동경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유로운 삶을 살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구속되고 억압된 삶을 살기 때문이다.
이 생각에까지 미치자 나는 갑자기 화가 났다. 내 삶은 어디에 있는 걸까. 나도 이렇게 삶의 기준이 되는 자신만의 자아를 가지고 있었는데 사랑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이라는 게 미치도록 화가 났다.
이 사람의 가슴은 여전히 따뜻했다. 나는 이 가슴에 오래도록, 아니 영원토록 얼굴을 묻고 싶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