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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Aug 26. 2023

예상 가능한 사람이 되기 위한 아주 작은 결심

익숙한 시간대엔 익숙한 사람들이 있다


또다시 토요일이 되었다. 일주일에 몇 안 되는 야외운동 나가는 날. 자유롭게 바깥 운동을 할 수 없는 나는 이 날을 무척 고대한다. 새벽 4시 30분이 되고 알람이 울리자마자 늘 그랬듯 벌떡 일어난다. 소리 없이 방을 나가 거실에 준비해 둔 옷과 트레이닝 조끼를 입는다.

프로세스가 익숙해진다는 것은 참 요긴하다.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또는 버스 정류장에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가 예상되기 시작하면서, 허둥대는 마음이 줄어든다. 새벽 첫 버스를 탄다는 것이 일어나자마자 운동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만큼 내 기상 시간은 빨랐고, 그렇기에 느긋하게 외출준비를 할 수 있었다.

낯익은 어두움, 낯익은 분위기. 나는 벌써 이 공기에 적응한 것만 같다.


처음 새벽 러닝을 위해 여의도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어색했다. 한두 번 오는 곳이 아님에도 그저 시간대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낯설었다. 빨리 그 공기에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겨우 3주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 나는 무언가를 눈치챘다.

그건 바로, 3주 내내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함께 운동하는 부부, 줄도 없이 개를 산책시키는 아주머니, 꼭두새벽부터 빠른 템포로 달리는 러너 등. 그들은 마치 늘 그곳에 있었다는 듯 어정쩡하게 공원에 입장한 나를 스쳐 지나갔다. 아직 풀리지 않은 다리로 느릿느릿 달리며 생각했다. 그들도 이제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을까? 새벽 5시부터 달리는 젊은 여성으로? 그 생각이 미치자, 난 왠지 혹시 그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했더라도, 그들이 나를 인식하기 시작할 정도로 오랫동안 이 시간에 운동을 나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믿음을 얻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측이 되는 사람. '늘 네가 그럼 그렇지...' 하는 말보다는, 차라리 '요즘 갑자기 왜 그래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 스스로의 말을 지키고, 스스로의 행동을 증명하는 사람. 그렇기에 나는 함부로 누군가에게 계획이나 목표를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은 늘 하지만, 누군가에게 직접 말을 하는 순간, 그것은 정말로 지켜야 할 무언가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미래지향적인 말보다는 행동에 가까운 말을 하고자 한다. 그럼 그 목표는 추상적인 형태를 벗어나 비로소 구체적이 된다.


"3kg를 빼겠어." "영어를 유창하게 하겠어." 그런 말보다는, "일주일에 3번 운동을 하겠어." "하루에 영어 문제집을 2장씩 풀겠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좋다. 설사 본인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3kg를 빼지 못한 이유를 알아보는 것보다, 일주일에 3번 운동을 하지 못한 이유를 알아보는 것, 또는 유창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보는 것보다, 오늘 하루 영어 문제집을 2장도 풀지 못했던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훨씬 더 쉬우니까.


잘하고 싶다는 말 대신, 진짜 이룰 수 있는 작은 결심 한 마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야지. 내가 말로 뱉은 결심은 그 한마디가 전부이지만, 나는 사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다. 매일 운동을 해서 체중 감량을 하고 싶고, 운동으로 인해 업된 텐션으로 아이들과 좀 더 긍정적인 하루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하나하나 태그를 다는 대신, 그저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야지."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다 하지 못하면 어쩌지? 그럴 땐 내가 진짜 이룰 수 있는 정말 간단한 결심을 정하고, 이루어낸다. 그것이 내겐 새벽 기상이었다.


1시간을 천천히 뛰고 있자니 주변이 점점 더 밝아 오는 것이 느껴졌다. 가을로 넘어가는 여름 새벽의 태양은 하루하루 늦게 떠오르고 있었다. 다음 주에도, 그다음 주에도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나는 귀갓길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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