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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Aug 23. 2023

기록은 행동보다 강하다

매일 아침 기상 시간을 찍는 이유

새벽 기상을 시작한 후, 갖가지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새벽 기상을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쓰다 보니 하루의 기억을 남기는 일기의 성격도 지니게 되었고, 또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면 에세이의 성격도 좀 갖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되었든, 나의 새벽 기상 일기는 그렇게 매일매일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기존에도 운동 기록을 위한 SNS를 가지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야외 운동 중심으로만 남기곤 했다. '방구석 운동'을 주로 하는 내게, 매일매일 똑같은 기구, 똑같은 모습, 별다를 것 없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보잘것없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신 야외 운동은 달랐다. GPS에 따라 내가 어찌 움직였는지를 아름답게 남겨준다. 심지어 내 발 보폭이 넓었는지, 내가 얼마나 지면을 높이 뛰었는지까지 친절히 기록해 주는데, 홈트레이닝의 기록은 마치 자기만족과 같았다. 나는 한동안 실내 운동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새벽 기상을 통해 매일 운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나는 다시 내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운동이 끝난 뒤 흠뻑 젖은 내 모습을 셀카로 찍고, 스마트 워치에 기록된 정보와 함께 남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매일 기상 시간을 찍은 시계를 배경화면 삼아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고, 이후 나의 SNS는 새벽 4시 30분 언저리를 찍은 시계 사진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나는 새벽 기상과 함께 세 가지 기록을 남기고 있다.

기상 시간을 찍은 시계 사진, 운동 SNS 기록, 그리고 글쓰기까지.


매일매일 '새벽 기상 최고된다~' 라며 노래 부르고 있지만, 한 가지 일러둘 것은 여전히 나는 습관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고, 아직은 '초심자의 기운'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내게 있어 언제든지 '역시 사람은 7시간은 자야 사람 구실을 하는 것이야' 라며 6시까지 숙면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벽 기상을 시작하고 처음엔 일찍 일어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며 쉽게 잠이 들지 못했지만, 이젠 눕자마자 잠이 드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알람소리를 한 번에 듣지 못하기도 했다. 으레 알람이 울리기 한 번만에 벌떡 일어나던 내가 세 번을 울리도록 정신 차리지 못했을 때, '엇 이러다 다시 되돌아가는 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생겼다. 그것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한 번 누적피로의 위험성(?)을 눈치채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자기 합리화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번이고 자기 최면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마인드 셋에도 한계가 있다.


의외로 나를 움직이는 것은 마인드셋이 아닌 기록이었다


습관 요요. 결국 사람은 본인이 평소 하던 대로 돌아가게 되어있다는 것. 앞으로는 집에서 맥주를 마시지 말아야지. 이제 과자는 입에도 안 댈 테야! 하지만 종종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하 오늘 같은 날 생맥이 딱인데!'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몇 번이고 디데이를 세던 '집안 금주'는 무너지곤 했다. 그렇게 퇴근 후 맥주 끊기에 실패했고, 퇴근 후 맥주에 과자까지 곁들이면서 '군것질 금지' 다짐까지 무너졌다. 그렇게 나는 몇 번이고 습관 요요를 경험했다.

안 해야지! 할 수 있어!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하곤 했지만, 휴대폰에 디데이 어플까지 보며 마치 금연을 하듯 '잘 해내고 있는 날'을 소상히 살폈지만, 지켜보는 자가 나뿐이니 그 또한 쉽사리 깨지고 말았다. 그 뒤에는 거짓말처럼 자기 합리화가 따라왔다. '그래~ 그것 좀 먹는다고 죽나? 사람이 스트레스받으면 먹고 싶은 것도 먹고 그럴 수도 있지!'


그렇기에 새벽 기상을 결심하면서, 내가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얼마나 지속 가능한 것인가?'의 여부였다. 작금의 결심은 디데이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껏 내가 해왔던 것처럼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오랫동안 공고히 습관을 다지고, 진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아니, 그냥 이런 생각도 하지 않을 정도로 '물 흐르듯'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서 나는 기록을 시작했다. 곳곳에. 전국에 떠벌리기 시작했다. "여기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다는 사람이 있다는데~"


말보다 글, 글보다 사진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요즘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일어난 지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으며, 그 일어난 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는 사실도.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나를 경외(?) 했다. "피곤하지 않아? 괜찮은 거야?" 나는 대답한다. "당연히 피곤하지~" 그리고 덧붙인다. "그런데 너무 좋아.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과 함께 매일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 일기처럼 시작했던 우당탕 새벽 기록들은 점진적으로 쌓이며 내가 갖고 있었던 생각, 감정들을 좀 더 풀 수 있게 도와주었다. 단순히 새벽에 일어나고자 했던 이유부터,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서까지 운동을 하고 싶은 이유까지. 그것은 그저 하루아침에 기상 시간을 당김으로써 생겨난 것이 아닌,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았던 묵은 감정들이었다. 한 가닥 한 가닥 문장에 가깝던 감정을 줄글로 풀어나가다 보니 마치 스스로에게 심리 상담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가장 적극성을 부여했던 기록은, 무엇보다 사진이었다. 기상과 동시에 화장실 -> 그리고 안방 옆 작은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기에 셀카조차 찍을 시간이 없어, 매일 스마트워치의 기상 시간을 사진으로 찍었다. 새벽 기상 첫날, 시계에 찍힌 시간이 너무 어이가 없어 재미 삼아 찍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사진이 마치 오늘도 해냈다는 듯이 말보다도, 글보다도 나를 의연하게 만들었다.


왜 같은 사진을 매일매일 찍어? 그것은, 오늘 하루도 내가 잘 해냈다는 한 장의 상장이며, 내일도 잘해보자는 '참 잘했어요' 도장이다. 다음날 새벽 기상이 못내 걱정되더라도, 오늘 밤은 유난히 긴 잠을 자고 싶더라도, 내일의 훈장을 위해서 나는 또다시 습관 기록 남기기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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