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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뉴 Sep 04. 2023

아이는 내 운동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자녀와의 취미 공유, 가능한가?

엄마, 못하겠어요!


새벽 운동이 끝나는 시간은 정확히 5시 55분. 운동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문을 박차고 나와, 쉬지도 않고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엄마, 배고파요." "엄마, 어제 먹던 호두 머핀은 싫어요." "엄마, 너무 더워요." "엄마, 너무 피곤해요(그럼 계속 자면 될 것을?)."... 처음엔 아이들이 내 여가를 기다려줬다는 생각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운동이 끝나면 부랴부랴 아이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왜 내가 새벽 6시도 되지 않은 시간부터 아이들이 배가 고플까 봐(?) 걱정해야 하는 거지...? 억울한 마음이 든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엄마 이제 스트레칭할 거야. 까불기 좋아하는 첫째는 갑자기 신이 나 외친다. 엄마 좋아요! 나도 같이 할래요. 나는 으레 하던 하체 스트레칭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았다. 다리를 쭉 뻗고 허리를 굽혀 발을 잡으며 뒷무릎이 길어지게 해 주세요~ 아이는 몇 번 곡예를 하듯 몸을 두어 번 비틀더니 이내 말했다. "엄마, 너무 어려워요! 다른 거 해요~"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구분동작을 이어 하기 시작했다. 무릎을 굽혀 안에 팔을 집어넣고~ 결국 첫째는 포기를 선언했다. "엄마, 나 못 하겠어요! 안 할래요~"

그래, 그러렴! 나는 아이에게 호기롭게 자유를 허락하고(?) 다시 스트레칭 삼매경에 빠졌다.


하고 싶어 하는 아이, 집중하고 싶은 엄마


터놓고 말하자. 약간 감정이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일단, 나는 아이와 함께 운동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에 집중해서 운동을 할 땐 남편이 지나가도, 부모님이 지나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데, 아이는 쉽게 그렇게 나의 무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본인의 인기척이 나에게 닿기를 바라며 하염없이 나의 이목을 끄는 것이 영 탐탁지 않다. 철저히 아이를 위해 준비된 운동 시간엔 당연히 다르다. 나는 아이를 위해 기꺼이 엎어지고 뒤집어지며(?) 내 몸뚱이가 아이만을 위해 조종당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조금 사양하고 싶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것이 비단 아이뿐만은 아니다. 평소에도 나는 누군가와 스케줄을 섞는 게 싫어 혼자만의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고, 파트너와 함께 운동을 하더라도, 발을 맞춰 움직이는 것보단 시간을 정해 해당 시간까지 각자 운동을 하고 만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것은, 얼마 되지 않는 나의 여가 시간에 나의 운동 능력치를 모두 사용하고 싶다는 내 욕심이기도 하다(다만, 나의 운동 파트너가 나보다 운동 능력치가 더욱 좋을 경우엔 얘기가 다르다. 나는 그들의 발끝까지 따라가기 위해 가랑이라도 찢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철저히 운동 시간에 아이들을 배제하곤 했다. 아이들이 저도 하고 싶다며 내 시간을 침범하는 게 싫었다. 차라리 그럴 땐 내 온전한 운동시간을 확보한 후 나머지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서 설렁설렁 함께 하곤 했다. 4층을 함께 걸어 올라가고 싶다? 그럼 내가 이미 20층을 오른 상태여야 한다. 함께 등산을 하고 싶어? 그럼 이미 내가 1회전을 하고 와야 한다.

그래, 난 아직 나의 아이를 믿지 못한다. 네가 정말 나와 같이(정말 마지막까지) 함께 할 자신이 있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아이가 탐탁지 않아서?


"엄마, 오늘 계단으로 올라가고 싶어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아이가 말했다. "안 돼." 내가 단호히 대답하자, 아이는 불퉁거리며 몇 마디 중얼거렸다.

내가 그렇게 단호히 거절한 데엔 이유가 있다. 일단, 고층에 위치한 집까지 아이가 다 올라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20층이나 되는 높이. 아이가 없는 나라면 얼씨구 하며 당장 비상계단으로 뛰어들어갔을 테지만, 아이가 원할 땐 얘기가 다르다. 둘째, 아이가 중도 포기를 했을 때 내가 갖는 부정적인 감정(그럴 줄 알았어, 그냥 엘리베이터로 가면 될걸...)이 드러나는 것이 싫었다.

물론 아이가 그만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러자 하고 받아들이면 될 일이겠지만, 그 또한 어른의 컨디션이 좋을 때의 이야기다. 퇴근 후, 출퇴근 가방과 도시락 가방, 아이들의 기관 가방을 줄줄이 매달고 아이를 데리고 걸어 올라간다? 근데 그 와중에 아이가 힘들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이미 재밖에 남지 않은 인내심에 소화기를 뿌리는 것과 같은 짓이다. 나는 분명 폭발할 것이다. 그렇기에 너무 많은 감정을 표현하기보단 차라리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 편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자꾸만 거절하는 부모가 되어 있곤 했다. 마침내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아이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지난번에 아빠랑은 같이 걸어 올라갔는데."


잠깐, 엄마 운동 좀 하고 올게


나에게도 꿈(?)은 있다. 아이와 함께 등산하기. 아이와 함께 10km 마라톤 완주하기. 아이와 함께... 하지만 아직 미취학 아동인 나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것은 마치 나의 은퇴 후 계획을 설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아직 허황된 꿈을 기다리고 있기보단, 일단은 개인적인 운동 시간을 확보하는 게 내 제일의 욕심이다. 일단 스스로가 만족할 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이가 20층까지의 계단을 미처 오르지 못하고 5층에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게 되더라도 난 허허 웃을 것이며, 아이가 이 스트레칭은 재미가 없으니 다른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하자며 나를 조르더라도 나는 과감히 리모컨으로 스트레칭을 재검색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혼자만의 운동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그것은, 내가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싫어서가 아닌, 그저 문자 그대로의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해서일 것이다.


오늘은 아이들이 웬일로 운동이 끝났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며 예의 그 스트레칭 영상을 틀고, 누구보다도 경건한 마음으로 다리를 뻗고, 허리를 굽히고, 숨을 크게 쉬었다. 스트레칭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 마침내 아이들이 나왔고, 일련의 자세로 스트레칭을 하는 나를 무릎을 그러안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허벅지를 당겨 잡고 오른쪽으로 몸을 비트세요~ 아이들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였고,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엄마 운동 다 했어. 혹시 스트레칭 같이 할래?

아이들이 대답했다.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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