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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Dec 07. 2023

제 1화 프롤로그

내가 육아휴직을 가는 이유 

  7년 전 새벽이었다. 누군가 내 옆구리를 고통스럽고 집요하게 찔러 댔다. 아픔에 머리카락이 쭈뼜 서는 짜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아내였다. 이제 태어난 지 100일이 채 안된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다. 

"분유 좀 타와"

벌떡 일어서 분유를 타러 가는 길에 요의를 느꼈다. 기왕 일어난 김에 소변을 먼저 보고 분유를 타 갔다. 

"왜 이리 늦었어" 

예상외의 짜증 섞인 반응을 맞이했다. 나도 짜증이 났다. 

"화장실 가고 싶어 일어난 김에 들렀다 왔지"

"애가 우는데 먼저 주고 가야 할 거 아니야".

"화장실 먼저 갔다 갈수도 있지 얼마나 걸린다고 그래" 

"그러니까 다음부턴 먼저 주고 가라고."


  화장실이 먼저냐 분유 타는 것이 먼저냐 하는 논쟁이 벌어졌다. 이런 게 논쟁 거리가 될 수 있을까? 그러다가 아내가 젖병을 집어 던졌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날 아내와 나 모두 풀리지 않는 화를 끌어안고 밤을 보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게 화를 낼 일인가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라도 거의 3달동안을 밤마다 2시간씩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아이를 돌보았다면 떨어지는 낙엽에게도 고함을 지를 지 모른다. 참고 누르고 했던 것이 터져 버렸다. 


  육아는 퇴근이 없다. 특히나 신생아 시절에는 24시간 편의 점처럼 계속 불이 켜져 있어야 하고 손님은 계속 들어온다. 분유를 먹이면 트림을 시켜야 하고 그리고는 재워야 한다. 똥 오줌을 싸면 기저귀를 갈고 따뜻한 물에 목욕을 시켜야 한다. 같이 놀아야 하고 울면 달래야 한다. 거기에 집안일은 더해진다. 빨래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위생을 위해 청소도 해야 하고 틈틈이 장도보고 인터넷 쇼핑도 해야 한다. 아이가 좀더 자라면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한다. 한 귀로 흘리고 반항하더라도 반복해서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부모 자신은 무궁한 인내를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주말은 없다. 정말로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비상이다. 아이들은 툭하면 아프고 심하면 입원을 한다. 소아과는 항상 아픈 아이들로 붐빈다. 형제라도 되면 서로의 병을 옮겨가며 번갈아 아프기까지 한다. 아이의 기침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다. 이런 걸 아내에게 모두 혹은 대부분을 하루 종일 하라고 할 수는 없다. 나도 못한다. 육아도 집안일도 다 엄밀히 말하면 노동이니까 아내에게도 퇴근이 있어야 한다. 


  퇴근 후 평안을 찾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집은 나에게 일터가 되었다. 집에 오면 파김치가 된 아내를 뒤로하고 난장판이 되어버린 집을 정리하자 마자 재빨리 요리를 한 뒤 쌓인 설거지를 해왔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아이들이 자러 가면 남은 잔업을 하고 그대로 쓰러져 잤다. 내일도 없고 미래도 없고 계획도 없고 그저 오늘 하루 회사일과 집안일속에 파묻혀 살았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나의 역할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였다. 둘다 아무일 없이 해내려고 하니 피곤이 일상이었다. 마치 작은 창틀에 커다란 창을 우겨 넣는 것 같았다. 피로가 많이 쌓이다 보니 아내와 싸움도 잦았다. 서로 내가 더 힘드네 하며 싸웠다. 집에 들어가기 전 문 앞에서는 숨이 막혔고 그렇게 7년이 되니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육아와 가정일은 남자가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육아와 집안일은 육체적 노동이 대부분이다 보니 힘과 체력에서 남자가 상당히 유리하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는 아내도 나만큼의 경제력이 있어 서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런지 문득 내가 아내보다 더 육아와 집안일을 잘 할 것 같은데 육아휴직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난 더 이상 투잡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고 아내도 힘들고 적성에 맞지 않은 육아와 살림에서 벗어나 커리어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고 부부간의 다툼은 많이 줄어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16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쉼없이 달려왔는데 잠시 육아에 전념하며 내 자신을 돌아보고 휴식을 가질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을 등원 시키고 틈틈이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메이저리그 중계도 보고 말이다. 윈윈 전략일 것 같았다. 그러나 전설의 복서 마이크 타이슨은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한 대 쳐 맞기 전까지는(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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